신옥탑 메리스켈터
~옥중동화전일담~

제10화

하얗게 물든 트윈테일의 긴 머리카락. 그 머리를 묶은 곳을 장식하는 것은 핑크색으로 빛나는 꽃잎 모양의 리본.
[……착각하지 마. 너를 죽여버리고 싶은 것뿐이니까]
평소의 그녀라면 대부분의 경우 [착각하지 마]라는 말을 한 후에는 쑥쓰러움을 감추기 위한 말을 한다. 하지만 지금, 그것은 그저 단순히 살의의 긍정을 의미한다.
눈동자에 한 점의 주저함도 보이는 일 없이, 트윈테일의 소녀는 메르헨을 때려눕혔다.
그 곁에는 똑같이 하얗게 물든 단발머리의 소녀. 깎아낸 사과껍질 같은 핑크 색의 빛이 머리를 감싸고 있다.
소녀는 탁한 눈빛으로 메르헨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다친 곳은 없으신가요? 없으신가요? 어째서죠? 다쳐주시지 않을래요……?]
평소의 그녀라면 대체로 순수한 상냥함으로 상대방의 상처를 걱정한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다친 것을 걱정하기 위해서 상대방이 다치길 원하고 있다.
탁한 눈빛으로 단발머리의 소녀는 메르헨을 짓밟았다.
또 그 곁에는 역시 하얗게 물든 긴 곱슬머리의 소녀. 그 머리에는 예쁜 꽃을 피운 핑크색 덩쿨이 감겨져 있다.
소녀는 황홀한 눈빛으로 메르헨을 껴안는다.
[……목이, 말라……! 피를, 빨리…… 빨리……!]
평소의 그녀라면 깨어있으면서 꿈을 꾸듯이 입을 다물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크게 입을 벌려 갈망의 교성을 내고 있다.
입 끝에 타액을 흘리면서 곱슬머리의 소녀는 메르헨의 목을 물어뜯었다.
세 소녀의 눈동자는 핑크색으로 신비하게 빛나고 있다.
[좋아, 세 명 다, 거기까지다]
소녀들이 있는 우리 밖에서 한 명의 노인이 말을 걸었다.
[백설공주, 잠자는공주. 엄지공주의 몸을 보렴. 메르헨의 피로 더럽혀졌다. 깨끗하게 핥아주렴]
[네…… 박사님……]

[응……]
박사가 말하는 대로 백설공주와 잠자는공주는 핑크색 피가 묻은 엄지공주의 부드러운 피부에 혀를 올렸다.
[앗……]
움찔하며 몸을 비트는 엄지공주. 어린 몸이 거부할 틈도 없이 느끼는 쾌락에 당혹스러워하며, 애틋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백설공주와 잠자는공주는 마치 배고픈 새끼 고양이처럼 작은 혀로 메르헨의 피를 핥았다. 묘하게 달콤하고, 혀에 감기는 그 핑크색 액체를 마실 때마다, 그녀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충족감이 몸 전체에 퍼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이윽고 엄지공주의 몸에 묻어있던 피가 깨끗하게 없어졌을 때, 세 소녀의 머리카락은 새하얀 색에서 각자 원래의 색으로 돌아갔다.
[……백설, 잠아, 이제 됐어. 고마워]
정신을 차린 엄지공주가 수치심에 볼을 빨갛게 물들이며 두 동생에게 감사를 표했다. 엄지공주 도 피와 함께 독과 같은 무언가가 빠져나간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자 나오너라, 세 명 다. 미코군에게 조사를 받도록 하렴]
투명한 우리의 이중 문을 거쳐 소녀들은 밖으로 나온다. 그와 반대로 우리 안으로 들어간 여명 자경대의 남성이 숨통이 끊어진, 또는 빈사 상태의 메르헨을 자루에 담아 밖으로 끌고 나온다.
[세 사람 다, 이쪽으로]
옆 방에는 안경을 쓴 백의의 여성이 대기 중이다. 조금 전 박사가 [미코]라고 부른 것이 이 여성이다.
[팔을 내밀어]
일렬로 선 세 사람에게서 순서대로 채혈하는 미코. 소녀들은 주사기에 찔렸을 때 순간 얼굴을 찡그렸지만, 이미 많이 익숙해진 것 같다.
미코는 소녀들의 피를 샬레에 떨어뜨려 현미경을 들여다본다.
[어떤가 미코군]
[정확한 것은 자세히 조사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역시 혈소판이 늘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대식세포도 확실히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흠…… 이 정도 확인되었으면 이제 틀림없다고 할 수 있겠지]
[그렇다면, 역시……]
[음. 아무래도 혈식소녀는 몸에 붙은 메르헨의 혈액을 변질시키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변질된 피를 혈식소녀가 핥으면 회복 효과가 생기는 것 같아. 굉장하군……]
열심히 이야기하는 박사와 미코를 세 명의 소녀는 따분한 듯이 지켜보고 있다.
엄지공주, 백설공주, 잠자는공주.
세 자매의 [여명]의 가입은 혈식소녀에 관한 연구를 비약적으로 진행시켰다.

지금까지 여명에 있던 혈식소녀는 빨간망토와 신데렐라 두 명뿐. 인류의 희망을 걸 그 존재를 섣불리 다룰 수는 없었고, 연구나 실험은 대단히 신중히 진행되었다. 하지만 여기에 와서 한 번에 세 명의 혈식소녀가 발견되었다. 말하긴 어렵지만, 이것으로 조금 무리한 실험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혈식소녀는 그 자체로도 이질적인 존재인 것에 더해서, 빨간망토도 신데렐라도 아직 어리다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부분도 있는 것에 비해 이 세 아이는 함께 있는 것으로 높은 수준으로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세 아이는 아무래도 세 자매, 심지어 세 쌍둥이 같았다.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였던 세 명의 혈식소녀는 빨간망토나 신데렐라 때에는 불가능했던 복잡한 실험을 가능케 했다.
예를 들면, 한 명만을 메르헨과 싸우게 하여 각성시키고 나머지 두 명은 반응을 관찰한다.
예를 들면, 서로의 피를 핥게 하여 무엇이 일어나는지 실험한다.
그리고 예를 들어, 세 명을 함께 싸우게 하여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서로를 도우면서 싸우는 세 명은 빨간망토와 신데렐라는 불가능했던 연속 전투를 가능하게 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메르헨과 싸우게 하는 도중에 박사는 깨달은 것이 있었다.
혈식소녀는 각성 상태가 되면 신체 능력이 향상되어, 흉폭하고 잔인해진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성격이 변하는 것뿐이며 이성은 남아있고, 각성 상태라도 박사의 말은 알아듣고 있다.
하지만, 싸움을 계속하던 중에 그 이성조차 잃으려고 하는 조짐이 수차례 보였다.
그때마다 박사는 전투를 중지시켜 미코에게 소녀들을 조사하게 하였다. 그러자, 소녀들의 혈액을 조성하는 것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육체적인 대미지의 축적이나,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는 것으로 그 변형이 진행되는 것 같다.
박사는 이것을 [부정]이라고 부르며, 인어공주가 부정한 각성 상태에 빠진 원인이 아닐까 추측했다.
이 부정이 축적되면 메르헨에 가까운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닐까? 빨간망토가 본 인어공주의 변신은 그것이 이유였던 것은 아닌가? 라고.
그리고 박사는 각각의 각성 상태에 관해서 올바른 각성 상태를 [제노사이드 모드], 부정한 각성 상태를 [블러드 스켈터 모드]라고 이름 붙였다.
하지만 그 가설이 올바른지 검증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혈식소녀를 블러드 스켈터 모드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또 다른 인어공주가 될 가능성도 높다.
그런 이유로 블러드 스켈터 모드에 관한 가설만은 확실하게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빨간망토와 신데렐라와 마찬가지로 세 자매 또한 자신들이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는지는 모른다. 이 도시에는 그런 아이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세 자매는 행운이었다. 고아원에 주워져 그곳에서 보통 아이들처럼, 가난하지만 애정이 있는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세 자매의 인생이 크게 변한 것은 세 자매를 주워온 남자가 여명의 혈식소녀대에 관한 소문을 들었을 때였다. 메르헨의 피를 뒤집어쓰면 눈이 핑크색으로 빛나며, 맨손으로 메르헨을 쓰러트리는 힘을 발휘하는 이질적인 소녀.
남자는 자신이 세 자매를 주웠을 때, 세 자매가 시체가 된 메르헨의 피를 마셨으며, 그 눈이 핑크색으로 빛나던 것을 기억해낸 것이다.
피를 마셨던 것에 관해서는 아기가 본능적으로 수분을 원하는 것 때문일 거라고 자신을 이해시키고 있었다. 눈이 핑크색이었던 것은 기분 탓이라고 생각해 잊고 있었다.
하지만, 혈식소녀에 관해서 알게 되어버리자, 그것을 기억해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남자는 가끔 고아원에 왕진을 오는 여명 구호팀의 여성, 미코에게 세 자매에 관해서 상담했다.
세 자매의 정보는 미코에게서 박사로 전달되었고,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박사는 세 자매를 데리고 여명으로 왔다.
그렇게 세 자매는 혈식소녀대가 되었다.
당사자인 세 자매는 정신없이 변화하는 자신들의 상황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박사에게서 혈식소녀의 이야기와 자신들이 메르헨과 싸우기 위한 존재라고 들었을 때, 신기하게도 순순히 이해했기 때문이다. 아아, 그랬었구나. 하며.
그래서 세 자매는 지금 자신들의 주변 상황에 특별히 불만은 없다. 실험은 좋아하지 않지만, 그것이 자신들을 키워준 고아원 사람들을 구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면 불만은 없었다.
다만 단 한가지, 세 자매에게 불만인 것이 있었다.

세 자매는 그날 태양교단으로 놀러 갔었다.
태양 교단이 되어 미치루가 오오히메라는 이름이 되어도 세 자매에게는 상관없었다. 사이가 좋은 언니와 논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다녀왔어!]
[다녀왔습니다]
[……왔어……]
[오―, 왔구나―]
[어서 오세요]
빨간망토와 신데렐라가 어디선가 나타나서 세 자매를 맞이한다.
엄지공주는 동생들을 지키기 위해, 처음에는 경계했었지만, 지금은 왠지 언니가 생긴 것 같아서 조금 기뻤다. 솔직하게 말하지는 못했지만.
백설공주는 단순히 동료가 있는 것에 안심하고 있었다. 자신이 혈식소녀라는 것을 알았을 땐 동요했지만, 지금은 자매들과는 다른 특별한 인연을 느끼고 있었다.
잠자는공주는…… 졸렸다.
[어머, 어서 와. 어디 갔다 오는 거니?]
구호팀의 안경을 쓴 언니, 미코가 상냥한 미소로 다가온다. 세 자매는 자신들에게 이것저것 신경 써주는 미코도 좋아했다.
[태양교단이야. 미치루와 치이와 놀다 왔어]
[……그래. 또 그곳에 다녀왔구나]
그때, 미코가 눈을 순간 가늘게 뜬 것을 세 자매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그날 밤.
화장실에 가고자 눈을 뜬 백설공주는 방을 나와 혼자서 화장실에 다녀오는 길에, 연구실에 불이 켜져있는 것을 깨닫고, 궁금해서 그곳으로 다가갔다.
들여다볼 용기는 없어서 몰래 엿들어보니, 아무래도 박사와 미코가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세 자매는 또 태양교단에 놀러 갔던 것 같습니다]
[흠, 그런가]
[……말리지 않아도 괜찮나요? 그 단체는 교단이 된 이후로 뭔가 수상한 느낌이 듭니다]
[자네 생각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거기까지 듣고 백설공주는 충격을 받아 소리 없이 빠르게 방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엄지공주와 잠자는공주에게 그 일을 이야기하자, 두 사람은 똑같이 실망했다. 설마 자신들이 자란 집이 여명 사람들에게 수상하다고 느껴지고 있었을 줄이야.
[……너무 놀러 가지 않는 것이 좋을까요]
[그건 싫어! 그냥 친구랑 노는 것뿐인데……]
[응……응]
그로부터 세 자매는 태양교단에 놀러 갈 때는 몰래 가게 되었다.
친구와 당당하게 놀지 못한다. 오로지 그것만이 세 자매의 불만이었다.

미치루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오오히메라고 불리게 되었는지.
세 자매가 그것을 알게 되는 것은 아직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의 일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