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옥탑 메리스켈터
~옥중동화전일담~

제11화

어렸을 때 카구야공주는 주변의 또래 소년들로부터 인기가 많았다.
[카구야공주, 어른이 되면 나랑 결혼해줘!]
[무슨 소리야. 카구야는 나랑 결혼할 거야!]
카구야공주는 아름다웠다. 백자 같은 매끄럽고 새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윤기있는 검은 머리카락. 볼에 얇게 바른 연지는 그녀의 앳된 모습을 보다 돋보이게 했다.
카구야공주는 이른 구혼에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한 사람을 선택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무리한 부탁으로 완곡하게 거절하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었다.
[그렇군요~…… 그럼 그대는 태워도 타지 않는 천을 가져와주세요~. 그대는 진주가 열리는 금빛 나뭇가지. 먼저 가져오신 사람과 결혼하도록 하겠어요~]
[에!? 아, 알겠어! 찾아올게!]
[나, 나도!]
사랑에 불타는 소년들은 어떻게든 카구야공주의 마음에 들기 위해 항상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것은 지금처럼 무리한 부탁으로 시작해서, 저것을 가져왔으면 좋겠다, 어디어디에 가고 싶다 같은 일상적인 부탁까지 다양했기에, 카구야공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이용해서 편하게 생활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거만하기만 한 것도, 나태한 것도 아니었다.
자신을 위해서 뭔가를 해주면 감사를 표하는 것을 잊지 않았고 누군가가 곤란에 처하면 손을 내미는 일도 있었다. 카구야공주도 역시 소년들과 주변 어른들을 좋아했던 것이다.
카구야공주의 어린시절은 지옥의 밑바닥 같은 이 세계에서 비교적 평온한 편이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난 어느 날.
[메르헨이 나타났다! 모두 도망쳐!]
카구야공주가 사는 마을로 한 마리의 메르헨이 나타났다.
도망치는 사람들 중에는 노인이나 아이를 데리고 도망치려고 안거나, 업거나 해서 도망치기에늦어버린 사람들이 있었다.
[카구야! 이리와. 도망쳐!]
부모님도 또한 자신을 도망치게 하기 위해 도망치지 못했다. 카구야공주는 자신을 위해 부모님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에 강한 분노를 느꼈다.
돌아보니 젊은 남자들이 각자 손에 무기를 들고, 여자와 노인을 도망치게 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메르헨에 맞서고 있었다.
[……!]
[앗, 카구야!? 그만둬, 돌아와!]
아버지의 말리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카구야공주는 발 밑에 떨어져있던 큰 돌을 주워서 메르헨쪽으로 달려갔다.
작은 몸 덕분에 카구야공주는 메르헨의 발밑에 있는 사각으로 뛰어드는 데 성공했다. 그대로 메르헨의 가느다란 발을, 돌로 있는 힘껏 내려쳤다.
메르헨의 움직임이 순간 멈추면서 그 틈에 젊은이들이 농기구로 배를 찔렀다.
[캬우우우우우!]
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메르헨.
그 상처에서 핑크색 피가 뿜어져 나와 카구야공주의 몸에 쏟아졌다.
[아……!?]
두근, 심장이 뛰는 것을 카구야공주는 느꼈다.
머리에 피가 쏠리며 몸이 뜨거워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힘과 감정이 복받치는 것을 느꼈다.
메르헨을 쓰러뜨려야 해. 카구야공주의 사고는 그것 하나로 뒤덮혀졌다.
[……하앗!]
숨을 내뱉으며 높이 도약한다. 어른보다도 큰 메르헨의 머리보다 더 높게.
[우아아아아아!]
그리고 그 상태에서 손에 든 돌로 메르헨의 머리를 내려쳤다.
짧은 비명과 두개골이 박살나는 소리.
메르헨은 핑크색 피와 뇌수를 흩뿌리며 쓰러진 후, 절명했다.
[하아, 하아…… 후우…… 여러분 괜찮으신가요~?]
말하면서 돌아본 카구야공주의 눈동자는 핑크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카, 카구야……? 너……]
카구야공주가 한 발짝 접근하면 어른들은 한 발짝 물러선다. 왜 그런 걸까? 카구야공주는 순진하게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어서 어른들이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굉장해! 카구야, 너 엄청 강하잖아!]
[카구야공주,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어!?]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에요~…… 피곤하니까 업어주세요~]
카구야공주의 비상식적인 싸움도 소년들에게 있어서는 칭찬의 대상일 뿐인 것 같았다. 어른들의 태도에 순간 다가온 불안을 잊고 카구야공주는 또다시 게으른 공주님으로 돌아간다.
화기애애하게 사라지는 아이들의 등을 어른들은 정체불명의 존재를 보는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어른들의 의심이 혐오로 바뀔 때까지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 때문인지 어른들은 전과 변함없는 태도로 카구야공주를 대했다.
하지만 다음 해가 되어 이번에는 여러 마리의 메르헨이 마을에 나타났고, 그것을 카구야공주가 혼자서 전멸시켰더니, 카구야공주를 보는 어른들의 눈빛은 확실히 변해갔다.
어린 나이임에도 그 변화를 민감하게 느낀 카구야공주 또한 어른들의 눈을 무서워하기 시작했다. 밖으로 자주 나오지 않게 되었고, 일이 있어 밖으로 나갈 때도 숨듯이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카구야공주는 자신의 등 뒤에서 누군가가 작은 목소리로 [괴물]이라고 하는 것을 듣고, 울면서 집으로 뛰어왔다.
이제 싫어.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 부모 이외의 어른은 모두 내가 싫은 거야.

카구야공주는 집에 틀어박혀 결코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되었다.
그런 카구야공주를 걱정한 것은 소년들이다. 소년들은 매일같이 카구야공주의 집으로 찾아와 방밖에서 말을 걸었다.
[어이 카구야! 나와서 놀자!]
[나 정말 예쁜 돌을 발견했어. 카구야공주에게 줄게]
하지만 카구야공주는 소년들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했다.
[……돌아가주세요. 저는 여기서 한발짝도 나가고 싶지 않아요……]
몇 번이나 찾아와도 매정하게 거절당하는 도중에 소년들도 점점 찾아오지 않게 되었다. 스스로원한 것이었지만 카구야공주는 무척 쓸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카구야공주의 집에 낯선 사람들이 찾아왔다.
궁금함에 문을 조금 열어, 그 사람들과 부모가 이야기하는 것을 엿보았다.
손님은 오른쪽 눈에 큰 상처가 있는 백발의 노인과 안경을 쓴 여성.
아버지가 노인에게 거침없이 하는 말이 카구야공주의 귀에도 들어왔다.
[……그러니까 그 아이는 카구야공주는 괴물이라고! 그 아이는 지금 방에 틀어박혀서 뭘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모두 우리를 괴물의 부모라고 떠들고 말야…… 아아, 이럴 거라면 그 아이를 주워오는 게 아니었는데……]
그것이 카구야공주의 마음이 완전히 얼어붙은 순간이었다.
[흠…… 진정하시오. 조금 더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겠나? 우선 당신이 카구야공주를 주워온 상황에 대해서]
[네, 네…… 그것은……]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얼굴로 카구야공주는 지금까지 부모라고 생각했던 인간의 고발을 듣는다.
이제 더 이상 괴롭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분노도 슬픔도 샘솟지 않는다.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단 하나의 사실.
괴물.

문득 정신을 차리니 부모와 이야기하던 처음 보는 사람이 카구야공주의 눈앞에 서있었다.
백발의 노인이 온화한 미소로 카구야공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안녕, 카구야공주]
오랜만에 사람 손의 따뜻함을 느끼고 카구야공주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괴물인 내가 무섭지 않은 걸까.
이어서 안경을 쓴 여성이 허리를 숙여 카구야공주와 눈높이를 맞추고 활짝 웃었다.
[안녕, 카구야 공주. 나는 미코. 당신을 데리러 왔어요]
[데리러……?]
[네. 우리들은 [여명]이라고 하는 조직에 소속되어, 메르헨과 싸우고 있어요. 당신의 힘이 필요해요. 당신의 동료도 많이 있답니다]
[에……?]
카구야공주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동료. 나 같은 아이들이 다른데도 있는 거야?
[나도 부탁하네. 카구야공주. 부디 우리들과 함께 와주지 않겠나]
그 제안에 고민하는 카구야공주. 어쩌지. 어떻게 해야할까. 하지만 이 사람들이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은 알 수 있다. 나는 어떻게 해야……
어찌할 바를 몰라 카구야공주는 아버지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아버지는――아버지라고 생각했던 그 사람은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두렵다고 말하듯이 서둘러서 눈을 돌렸다.
그래서 카구야공주는 알아버렸다.
아아, 그렇구나.
나는 버려진 거야.
[……알겠습니다. 여명으로 가겠어요]
이제 더 이상 고민할 이유 따위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여명에 와서 처음 하게 된 것은 세세한 조사와 진단 그리고 실험이었다.
이중문으로 된 투명한 우리에 들어가서 빨간 액체가 들어간 시험관을 몇 개씩 전달받는다.
[자, 카구야공주. 그 내용물을 하나씩 마셔보렴. 괜찮아. 달콤하고 맛있을 거야]
백발의 노인――박사가 말하는대데로 카구야공주는 내용물을 마셨다.
몸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이 감각은 기억하고 있다. 메르헨의 피를 뒤집어썼던 때와 똑같다.
[하나 더 마셔봐…… 좋아, 하나 더……]
2개, 3개째를 마신 후에 4개째를 다 마셨을 때.
[윽…… 아악……!?]
한층 더 크게 카구야공주의 심장이 고동쳤다.
새까맣던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백은으로 물들며, 그 머리에는 토끼 귀 형태를 한 핑크색 빛이 자라났다.
[아…… 아아아……?]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에 카구야공주는 혼란스러웠다.
[카구야공주……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겠나?]
박사의 말에 고개를 들자 어느샌가 눈앞에 한 마리의 메르헨이 있었다. 이미 꽤 약해져 있는 건지, 땅을 기어다니며 거친 숨을 내쉬고 있다.
그것을 내려다본 카구야공주는 문득 자신의 머리가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 녀석을 죽이면 되나요~?]
[맞아. 자네의 힘을 보여주게]
알고있다. 자신은 할 수 있다. 메르헨을 쓰러뜨릴 힘도 있고, 자신이 그것을 해야만 한다는 것도 어째서인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왜일까. 왠지 너무나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귀찮아]
불쑥 중얼거리며 카구야공주는 냉혹한 표정으로 메르헨에게 다가갔다.
[어째서 제가 일부러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죠? 저를 위해서 그대가 죽으러 와주던가, 스스로 죽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자신의 운명을 깨달은 것인지 메르헨은 마지막 힘을 다해 뒤로 물러난다. 하지만 강화 아크릴로 된 벽에 막혀서 그 이상은 도망칠 수 없다.
마지막 발악을 하는 메르헨에게 카구야공주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쓸모 없는 자는 빨리 죽어주세요]
마치 벌레를 죽이는 것 처럼, 그것을 짓밟았다.

실험이 끝난 후에 개인용 방을 받자, 카구야공주는 문의 자물쇠를 잠그고 나오지 않게 되었다.
환경이 크게 변한 탓도 있어서 민감해진 것이리라. 안 그래도 스스로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이나 부모에게 버림받아 충격적인 일이 많았다. 당분간은 가만히 놔두자고 하는 미코의 말을 박사는 받아들였다.
그보다도 박사에게는 생각해야 할 것이 있었다. (빨간망토, 신데렐라, 엄지공주, 백설공주, 잠자는공주, 카구야공주. 이것으로 혈식소녀는 모두 합쳐 여섯 명이 되었다. 하지만 독방 에리어인 던전은 7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 명은 더 발견한 후에 하고 싶다. 나머지 한 명이 어디 없을까……)

일곱 번째 혈식소녀.
그것이 발견되었을 때 이야기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