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옥탑 메리스켈터
~옥중동화전일담~

제4화

도시가 프리즌에 먹혀 살아있는 감옥으로 변한지 5년의 세월이 지났다. 도시에 살던 사람 대부분은 메르헨에 의해 독방 에어리어에 수용되어 고문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고 있다. 메르헨에 대항하기 위한 조직 [여명]이 결성된 후에는 피해가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메르헨에 붙잡힌 사람들이나 건물을 되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날.
드디어 사람들은 이 지하감옥에서 탈출하여 다시 한번 태양의 빛을 되찾기 위한 첫걸음을 떼려고 하고 있었다.
감옥탑 공략.
프리즌의 중심에 우뚝 솟아 하늘을 향해 자라는 일그러진 탑. 모든 것이 이상한 이 프리즌 안에서도 특별히 다른 색채를 띄는 섬뜩한 감옥탑.
감시 결과, 탑에는 오랫동안 메르헨의 출입이 없었다. 어쩌면 감옥탑 안에 메르헨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서 소수 인원의 조사대가 탑 내부에 침입했고, 적어도 3층 부분까지는 확실히 메르헨이 없었다.
그 조사 결과로, 보다 대규모의 조사단을 보내 탑의 위쪽까지 올라가 보자는 안이 나온 것이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의 일이다. 그로부터 또 1년 동안의 감시와 조사를 계속해, 역시 탑 내부에는 메르헨이 없다고 생각해도 괜찮겠다는 결론이 얼마 전에 나왔다.
그리고 오늘.
여명 자경단의 정예로 구성된 3개 분대로 이루어진 소대가 대장의 호령과 함께 감옥탑으로 돌입을 개시했다.

[뭐지 이 가시넝쿨…… 대장, 잘리질 않습니다]
총검을 손에 든 대원이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돌아봤다.
현재 예상한대로 탑 안에서는 메르헨과 만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조사가 편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다. 탑 내부에는 다양한 장치가 있으며 그것이 조사단의 길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조사단 앞에 있는 문에는 가시넝쿨이 엉켜있다. 대원들이 총검으로 잘라내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그 덩굴은 총검의 칼날이 들지 않는다.
[……박사를 불러볼까]
대장은 트랜스 리시버를 꺼내서 아래 층의 플로어에서 대기시켜놓은 분대에 연락했다. 이 분대가 박사를 시작으로 하는 여명의 주요 멤버를 경호하고 있다. 우선 대장이 있는 분대가 선행하여 박사의 지식이나 지혜가 필요해지면, 안전을 확보한 후에 부르는 방식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합류한 박사에게 대장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이런 상황인데 봐줄 수 있을까?]
[흠…… 조수]
[네]
박사와 조수가 덩굴에 다가서서 뭔가를 조사하게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대원들은 그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고, 주변을 경계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대장은 다시 한번 트랜스 리시버를 꺼내서 이번에는 1층에 대기 중인 분대와 연락했다.
[상황은 어떤가?]
[이상 없습니다]
탑 안에 메르헨이 없다고 해도 조사단의 침입에 눈치챈 메르헨이 밖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1분대를 탑의 입구에 대기시켜놓았지만, 지금까지는 그런 상황도 아닌 것 같다.
[생각했던 것보다 안전하네요]
[그렇네. 간식이라도 먹을래?]
선생과 엄마가 느긋하게 대화한다. 메르헨이 전혀 나오지 않으니 긴장감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어이 거기 두 사람……]
그런 두 사람에게 대장이 긴장을 풀지 말라고 주의하려고 했을 때.
[이건 아무래도 덩굴과 사슬이 융합한 것 같군]
문의 가시넝쿨을 조사하던 박사가 고개를 들었다.
프리즌에 기생 당한 것은 여러 물체가 융합하여 일그러진 것들이 많다. 이 덩굴이 총검으로 잘리지 않는 것은 사슬과 융합했었기 때문이었다.
[사슬이라. 그럼 내 차례로군]
심심한 것처럼 있던 [두목]이 기다렸다는 듯이 공구함을 열었다. 그리고 안에서 꺼낸 유압식의 철근 커터로 덩굴의 사슬을 끊기 시작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뜻밖에 두목이었다.
머지않아 파직하는 큰소리와 함께 사슬이 끊어졌다.
비전투원들을 물러서게 한 후 대원들이 문을 열었지만 역시 그 너머에도 메르헨은 없다.
[……좋아 전진해볼까]
대장의 신호와 함께 전원이 더욱 깊은 곳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라가는 박사가 메모한 종이를 휙 하고 버렸다.
이것은 박사가 장치를 푸는 방법을 생각할 때 쓴 메모로 장치를 푼 다음, 더는 쓸모없다는 듯이 그 자리에 버리고 있다.
이때 박사가 버린 메모들이 어떤 인물에게 주워지게 되는 것은 그리 머지않은 미래의 일이다.

어떤 층에서 조사단은 신경 쓰이는 방을 발견했다.
그 방의 입구에는 벚꽃의 꽃잎 모양을 한 [벚꽃반]이라는 플레이트가 붙어있어, 마치 유치원처럼 보였다.
조사를 위해서 안에 들어간 대원들은 그곳에 있던 물건을 보고 침을 삼켰다.
[……뭐지…… 이건……]
방 안에 어떤 큰 물체가 있다. 인간보다도 거대한 식물의 씨앗과 같은. 하지만 그 씨앗은 마치 고기와 같이 빨갛고 미끈미끈한 표면이었으며, 그곳에서 벽이나 바닥으로 뻗어있는 다수의 관은 뿌리처럼도, 혈관처럼도 보인다.
[이건…… 심장? 아니…… 알뿌리인가……?]
당연하지만 박사에게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모양이다. 눈썹에 주름을 만들며 그저 멍하니 그것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뭔지 알지 못해도 그 자리에 있는 전원이 느끼고 있었다.
이것은 분명히 프리즌의 무언가 중요한 것이라고.
[조수여. 이것을 조사한다]
[네!]
달려온 조수가 가방에서 다양한 도구를 꺼냈다. 오는 길에 했던 간이적인 조사가 아니라 드디어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할 생각이다.
[박사,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오래 걸리지 않을까]
[그렇겠지…… 좋아, 우리는 여기서 휴식하자]
대장이 말하니 대원들에게서 안도의 한숨이 느껴졌다. 메르헨이 없다고는 해도 장치를 해제하면서 탑을 올라가는 것은 역시 체력을 소모했던 것이다.
[어머, 그럼 드디어 내 차례인가]
엄마는 왠지 기쁜듯한 얼굴로 등에 짊어지고 있던 큰 가방을 내려놓는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은 휴대용 가스레인지, 큰 냄비, 페트병의 물.
[뭘 가져왔나 했더니 그런 것을……]
[휴대 식량도 따뜻한 편이 좋잖아?]

어처구니없어하는 대장에게 엄마는 미소를 지었다. 조사단의 식량은 레토르트 팩이나 통조림을 대원 하나하나가 소지하여, 딱히 덥히지 않더라도 먹을 수 있는 것뿐이다. 대장은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잠깐 생각했지만 따뜻한 식량이라는 것은 공복뿐만 아니라 마음도 채워준다.
[할 수 없군…… 너희들! 엄마가 양식을 따뜻하게 데워준다고 한다!]
대장이 말하니 대원들의 갈채가 쏟아졌다. 역시 따뜻한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네네, 그럼 물을 끓일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줘]
엄마가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놓고 그 안에 페트병의 물을 붓는다.
그리고 불을 붙이려고 할 때 뭔가가 엄마의 몸을 꿰뚫었다.
[……에?]

박사가 조사하던 알뿌리와 같던 것에서 순식간에 복수의 뿌리가 방안에 펼쳐졌다. 그 뿌리는 엄마뿐만 아니라 여러 명의 대원을 꿰뚫고 있었다.
대장의 경직은 잠시뿐이었다.
[대…… 대피하라!]
대원들이 서둘러서 무기를 손에 들고 방의 바깥으로 달려간다. 무엇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이 방에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되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비전투원의 근처에 있던 대원은 어떻게든 그들을 지키려고 한다.
[기, 기다려! 아직 조사가……]
[그런 말을 할 때냐! 빨리 도망가! 죽는다고!]
[엄마! 엄마의 치료를 해야……]
[이미 늦었어!]
그 자리에 남으려고 하는 박사와 선생 두 명을 어떻게든 끌어내서 대원들은 방 밖으로 대피한다.
하지만.
악몽은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대장! 메르헨입니다! 거대합니다……!!]
통로 끝에는 어째서인지 깊은 어둠이 덮여있었고 그 어둠 속에서 한 마리의 거대한 메르헨이 길을 막고 있다.
크기는 인간의 2배 이상은 가볍게 넘는다. 목이 없는 머리에서는 흉악한 뿔이 2개 솟아나 있었으며, 몸은 절지동물 같은 외골격으로 덮여 있고, 지면에 닿을 것 같은 긴 팔이 고기와 뼈를 이어서 만든 듯한 체인소를 끌고 있다.
[발포 허가! 발사!]
대장은 냉정하게 명령을 내렸다. 대원들은 일제히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거대한 메르헨과 싸우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확실히 강하지만 이쪽은 머릿수도 무기도 충분하다. 한 마리 정도라면 쓰러뜨리는 것도 가능할 터.
…그럴 예정이었다. [……말도 안 돼]
대원들의 표정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머리에도 가슴에도 배에도 팔다리에도.
몇십 발, 몇백 발의 총탄이 확실히 명중했는데.
[왜…… 왜 안 죽는 거야아아아!]
거대한 메르헨은 아무리 많은 총탄을 맞아도 어둠을 이끌고 다가왔다.
지금까지도 끈질긴 메르헨은 있었지만, 총을 머리에 쏘면 죽었다. 하지만 이 메르헨은 아무리 총을 맞아도 죽을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긴커녕 멈추지도 않고 일직선으로 다가오고 있다.
[발사 중지! 반대쪽으로 도망쳐라!]
대장의 판단은 빨랐다. 즉시 공격을 중단시킨 후 부대를 돌려서 다른 루트로 도망을 지시했다.
이것과 싸워서는 안 된다. 본능이 그렇게 소리 지르고 있었다.
간신히 박사와 선생들을 보호하면서 조사단은 도망친다. 도망친다. 도망친다.
그리고 그 명운도 끝났다.
도망치려고 한 길 끝에서 대량의 메르헨이 나타났다.
[이럴 수가…… 제1분대는 대체 뭘 하고 있었나!? 어째서 연락하지 않은 거지!]
대장은 소리치지만, 입구를 지키고 있던 제1분대의 대원들은 어디선가 탑 내부에서 나타난 대량의 메르헨의 기습을 당해 이미 전멸한 후였다.
[큭…… 발사!]
난처함 끝에 내린 사격명령. 대원들이 총을 난사한다. 또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최악의 예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통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숫자가 많다. 죽여도 죽여도 튀어나오는 메르헨에게 대원들의 숫자도 점점 줄어들었다.
[다, 다친 분은 물러서 주세요! 제가……]
[바보야! 앞으로 나가지 마!]
쓰러진 대원에게 달려가려고 하는 선생의 팔을 대장이 붙잡아 멈춘다.
뒤돌아본 선생과 대장의 눈이 맞는다.

그리고 대장의 눈앞에서 메르헨이 선생의 몸을 뜯어먹었다.
[…… 대… 장]
그것이 선생이 남긴 마지막 말.
순간 대장의 머리는 분노로 타오를 것 같았다.
소리를 지르며 총을 집어 닥치는 대로 난사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내려진 사명의 무게는 그것조차 대장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사람들을 이 감옥에서 꺼내어 다시 한번 태양을 되찾는다. 그것이 여명의 사명이다.
그러기 위해서 이곳에서 전멸할 수는 없다. 그것만큼은 있어선 안 된다.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 대장은 냉정하게 그것을 판단했다.
[박사를, 어떻게든 박사를 지켜라!]
박사는 지금까지 계속 프리즌과 메르헨의 연구를 계속해왔다. 그 지식과 지혜만큼은 대신할 자가 없다. 사람들이 구원받기 위해서는 박사만큼은 반드시 필요하다.
대장의 명령을 듣고 대원들이 박사를 도망치게 하려고 움직인다. 대장은 그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서 메르헨에게 있는 대로 총탄을 꽂아넣었다. 이를 악물고 피눈물을 흘리며.
[반드시 박사를 도망치게 하라! 박사만은!]

이날.
여명의 조사단은 단 한 명을 남기고 전멸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