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옥탑 메리스켈터
~옥중동화전일담~

제6화

빨간망토는 자신이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모른다.
철이 들 무렵에는 이미 여명의 연구소에 있었고 박사를 시작으로 한 여명 멤버에게 키워지고 있었다. 박사의 이야기에 따르면 아직 제대로 말도 못 하던 4살 때에 갑자기 [할머니의 귀는 왜 그렇게 큰 거야?]라고 말했다고 하지만 빨간망토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전까지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반응하지 않았던 그녀가, 그때 스스로를 [빨간망토]라고 자신을 표현한 이후로는 그렇게 불리기 시작했다.
빨간망토가 여명에 보호되었을 때 신체의 성장도는 대략 2세 정도였다. 그래서 지금은 없는 대장이 빨간망토를 주워온 날을 두 살이 된 생일로 전했다.
그로부터 딱 8년의 세월이 흘렀다.

[10살이 되었구나, 생일 축하해. 빨간망토]
[모두 고마워! 후―우!]
생일 케이크에 세워진 작은 촛불을 끄니 주변 어른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있잖아. 이거 먹어도 돼!?]
[물론이지. 널 위해서 만든 거야]
[와아! 미코 사랑해! 잘 먹겠습니다!]
빨간망토가 기쁜 듯이 달려들어 먹기 시작한 케이크는 물론 우리가 아는 케이크가 아니다. 현재 달걀은 귀중품으로 설탕이나 우유는 이제 입수할 수 없기 때문에 물과 밀가루 같은 손에 들어오는 재료만으로 만든 케이크 같은 무언가이다. 밀은 몇 년의 세월이 걸려 겨우 재배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달아~. 맛있어~]
먹을 기회가 적은 단맛에 미소 짓는 빨간망토. 하지만 그 케이크를 만든 당사자인 소녀는 빨간망토의 미소에 눈살을 찌푸리며 얼굴을 돌렸다.
안경을 쓰고 백의를 입은 그 소녀의 이름은 [미코]. 18세라는 젊은 나이에도 여명의 구호팀에 소속되어, 의료에 종사하면서도 박사의 가르침을 받아 메르헨이나 프리즌에 관해서 배우고 있는 장래가 유망한 소녀다.
미코가 빨간망토의 미소로부터 얼굴을 돌린 이유는 그 케이크와 같은 것에 무엇이 사용되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들었으니 당연하지만.
설탕을 입수할 수 없는데 그 케이크는 왜 단맛이 나는 걸까?
그것을 생각하면 미코는 빨간망토의 미소를 직시하기 어렵다.
한편 박사는 케이크를 먹는 빨간망토를 흐뭇하게 지켜보면서 타이밍을 계산하여 말을 걸었다.
[빨간망토, 오늘은 그 외에도 선물이 있다]
[정말!? 뭔데?]
[하루군]
[네에]
박사에게 [하루]라는 이름으로 불려온 것은 오른쪽 눈에 안대를 감은 부스스한 머리를 한 30대의 남자. 재편성된 여명의 정비팀에 소속되어, 높은 기술력 덕분에 전용 정비실을 담당하고 있다. 눈빛이 무섭고 퉁명스럽지만, 결코 악한 인간은 아니다.
[자. 받아]
[……이게 뭐야?]
하루에게 건네받은 커다란 보따리를 북북 호쾌하게 찢는 빨간망토. 그 안에 들어있던 물건은.
[와~…… 커다란 가위다……]

자신의 키 정도 되는 가위를 손에 들고 빨간망토는 챠킹챠킹 가위 소리를 낸다. 본체는 검고 날 부분은 하얗다.
[빨간망토, 그건 하루군이 만들어준 너를 위한 무기다. 그게 있으면 지금보다 더 간단하게 많은 메르헨을 쓰러뜨릴 수 있다]
박사의 말을 듣고 빨간망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메르헨. 인간을 붙잡아서 고문하는 나쁜 녀석들.
내가 쓰러뜨려야 할 적.
[박사! 빨리 이거 쓰고 싶어!]
[진정하렴. 굳이 오늘이 아니라도 괜찮잖아]
[아냐! 오늘! 당장!]
메르헨이 무엇인지 인간이 왜 이런 지하에 살아야만 하는지 빨간망토는 그 이유를 박사에게 배웠다.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도.
메르헨을 쓰러뜨리고 그 피에 의해 탑을 성장시켜 막을 뚫고 지상으로 탈출한다.
그것을 들었을 때 빨간망토는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래, 나는 메르헨을 끝내기 위해서 태어났다. 그런 생각이 매우 자연스럽게 머리에 떠올랐다.
[진정해. 그건 아직 프로토타입이라서 일단 사용해본 후에 이것저것 개량을 해야 한다고]
[그럼 일단 사용해보면 되잖아!]
지금보다 더 간단하게 많은 메르헨을 쓰러뜨릴 수 있다. 빨간망토는 그 말을 듣고 자신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케이크 같은 것을 먹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지금 당장 가위의 예리함을 시험해보고 싶다고 의욕을 내는 빨간망토에게 박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숨을 내뱉으며 제안했다.
[별수 없지…… 수족관으로 보내볼까. 그렇게 깊숙한 곳까지 가지 않는다면 괜찮겠지]
원래 이 도시에는 수족관이 있었지만, 그곳도 프리즌에게 기생 당해 일그러져버렸다. 안에 있는 메르헨은 물고기가 의태화된 것들이기 때문에 대부분 사이즈가 작고 물 안이 아니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커다란 종류나 지상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종류는 안쪽까지 들어가지 않는다면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위협은 적다고 말할 수 있다.
[하루군, 자경대에서 몇 명을 골라 함께 갔다 와주게]
[네에, 네에……]
[아빠, 다녀와도 돼?]
[물론이지. 하지만 하루군이 하는 말을 잘 들어야한다. 너무 안쪽까지 들어가지 말고 큰 메르헨이나 나이트메어와 만나면 무리하지 말고 도망쳐라. 그리고]
[스나크에게는 절대로 접근하지 않는다. 맞지? 알고 있다니까!]
스나크. 5년 전에 초대 여명 멤버를 전멸로 몰아넣은 정체불명의 괴물. 박사는 그것을 메르헨의 두목이라고 가정하고, 만약 만난다면 절대로 손대지 말고 도망치도록 엄하게 가르쳤다. 스나크만큼은 혈식소녀라도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조심해서 다녀와라. 너는 우리들의 소중한 딸이니까]
[응! 다녀올게!]
[잠깐 기다려! 바보망토야. 말 잘 들으라고 방금 얘기 들었잖아!]
[바보 아니라고! 이거 놔―!]
달려나가려고 하는 빨간망토의 목덜미를 붙잡고 끌고서 하루가 옆방으로 사라졌다. 던전으로 갈 멤버를 선발하러 간 것이다.
뒤에 남겨진 미코가 박사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아직 이르지 않나요? 소중한 딸이라면 좀 더……]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인류가 이 감옥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그녀들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박사는 지팡이를 짚고 오른발을 끌면서 길게 기른 앞머리에 감춰진 오른쪽 눈의 상처에 손을 댔다. 양쪽 다 여명이 전멸한 감옥탑에서 도망칠 때 생긴 상처다.
[빨간망토 다음은 그 아이인가요?]
[음. 언젠가 3명째 4명째도 발견되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말한 박사와 미코는 연구실의 안쪽으로 이어지는 문에 시선을 옮겼다.

[여덟……아홉……열!]
수족관에 들어가서 바로 있는 광장에서 빨간망토는 거대한 가위를 휘둘러 물고기 형태의 메르헨을 차례차례 베어버렸다.
[아하하, 이거 굉장해―!]
가위는 이렇게 쉽게 메르헨의 몸을 양단해버린다. 소형 메르헨이라고 해도 그 위력은 확실히 느껴졌다. 메르헨의 피가 점점 빨간망토의 몸에 튀어서 그때마다 눈이 순간 핑크색으로 빛난다.
빨간망토는 자신의 볼에 닿은 핑크색 빛을 낼름 핥으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메르헨의 피는 달콤하다.
[어이, 너무 안쪽까지 들어가지 말라고]
[알고 있어…… 에?]
입구 근처에서 못을 박는 하루에게 대답하려고 한 빨간망토는 말하는 도중에 입을 닫고 통로 안쪽에 귀를 기울였다.
[……누군가 있어!]
그리고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앗! 기다려 빨간망토! 돌아와!]
하루가 제지하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빨간망토는 안쪽으로 달려간다.
[들렸어…… 틀림없이 인간의 목소리야!]
그리고 어두운 통로의 코너를 몇 번 꺾은 후에
방안이 메르헨의 피로 핑크로 물들어 있었다.
방의 한가운데에는 사람과 물고기가 융합한 M사이즈의 메르헨이 10마리 정도 있고, 그곳에 쓰러져있는 작은 소녀에게 달려들어 공격하고 있다.
[하지마아아아아아!]
빨간망토는 메르헨 집단에 돌격해서 가위를 휘둘렀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차례차례로 메르헨을 쓰러뜨리는 빨간망토였지만, 적이 너무 많아서 조금씩 공격을 당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자신도 쓰러지고 만다.
그렇게 생각한 다음 순간――
가위로 절단한 메르헨의 목에서 대량의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빨간망토의 몸을 적셨다.
[아―]
두근, 하고 심장이 크게 한번 고동을 치고
빨간망토의 눈이 한층 더 강하게 핑크색으로 빛났다.
동시에 머리카락이 색을 잃고 흰색으로 물들어 머리 위에는 늑대와 같은 귀가 허리에서는 꼬리가 생겼다. 양쪽 다 핑크색으로 빛나고 있다.
[……아핫! 아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 죽어, 죽어, 죽어!]
광기의 웃음을 띠며 빨간망토는 방금 전보다 훨씬 강한 기세로 가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한번 휘두르면 메르헨 여러 마리의 사지를 한꺼번에 날려버리고, 머리에서 고간까지 반으로 찢어버리고, 주저 없이 피와 장기와 죽음을 흩뿌렸다.
결국 메르헨은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쓰러뜨린 후, 시간이 지나자 핑크색 귀와 꼬리는 사라지고 머리카락과 눈의 색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진정을 되찾은 빨간망토는 쓰러져있는 소녀에게 달려갔다.

[저기! 괜찮아!?]
엎드린 상태로 쓰러져있는 몸을 안아 일으키며
[……엣?]
빨간망토가 놀란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소녀도 메르헨의 피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멀리서는 알 수 없었지만――
힘없이 빨간망토를 바라보는 그 눈동자가 핑크색으로 빛나고 있다.
그리고 긴 머리카락은 색을 잃어 흰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너덜너덜한 옷에서 뻗어 나온 다리에는 분홍빛의 비늘 같은 것이 빽빽하게 자라나 있었다.
[……아파…… 아파……]
쉰 목소리로 소녀는 말했다. 그 몸을 적신 피는 아무래도 뒤집어쓴 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녀 자신도 메르헨의 공격 때문에 많은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고 있는 것 같다.
[괘…… 괜찮아! 금방 돌아가서 미코한테 봐달라고 할 테니까!]
물어보고 싶은 것은 잔뜩 있었지만 일단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빨간망토는 그 아이의 몸을 되도록 부드럽게 안아 올리며 걷기 시작했다.
빨간망토의 팔 안에서 소녀는 천진난만하게 물어본다.
[언니는, 누구야……?]
[나는 빨간망토야. 너는?]
언니라고 불린 것이 기뻐서 빨간망토는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소녀는 마치 자신의 이름을 알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였다.
하지만 갑자기 기억난 것처럼 이렇게 대답했다.
[나…… 나는 인어공주……]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