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옥탑 메리스켈터
~옥중동화전일담~

제7화

벽에 튄 핑크색 혈액은 시간이 지나면 벽에 스며들어 서서히 그 빛을 잃어간다.
빨간망토는 스스로를 [인어공주]라고 말한 상처투성이 소녀를 안고서 메르헨의 시체가 굴러다니는 방에서 밖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무튼, 여명으로 데려가서 박사나 미코와 만나게 해야지. 부상의 치료도 해야하고, 그리고 어쩌면 이 아이는――
자신의 팔 안에서 축 늘어져있는 인어공주의 얼굴을 본다.
인어공주의 눈동자는 아직 핑크색으로 빛났고, 긴 머리카락은 흰색으로 물들어있었다. 찢어진 옷에서 나온 맨다리에는 역시 핑크색으로 빛나는 비늘.
빨간망토는 그것과 매우 닮은 모습의 존재를 알고 있다.
자신이다.
메르헨의 피를 잔뜩 마시거나 뒤집어쓰면 빨간망토의 눈은 핑크색으로 빛나고 머리카락은 하얗게 되면서, 핑크색 귀와 꼬리가 자란다. 그리고 몸 깊은 곳에서 힘이 솟아난다.
박사는 그 상태를 [각성]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지금 인어공주는 그 각성 상태와 똑같다.
[있잖아…… 너 혹시 혈식소녀야? 그래서 메르헨과 싸우던 거야?]
빨간망토의 물음에 인어공주는 신기한 듯이 눈을 깜빡거렸다.
[혈식…… 소녀……? 메르헨……?]
[메르헨이라고 하는 건 내가 쓰러뜨린 이 녀석들이야. 내가 올 때까지 네가 싸우고 있었던 것 아니야?]
[……모두 나를 괴롭혀서…… 그만했으면 해서, 그 중에 한 명을 밀었더니 뾰족한 곳에 부딪혀서…… 핑크색 피가 많이 나왔어. 그 피가 나한테 튀어서…… 정신 차리고 보니 모두에게 날뛰고 있었어……]
틀림없다. 자신과 똑같은 [각성]이다. 빨간망토는 확신한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많아서 너무 아프게 되서…… 이제 죽을지도 몰라… 라고 생각했더니 언니가 와줬어……]
인어공주가 빨간망토에게 꼭 안겼다. 소녀를 살려낸 것과, 그 소녀에게 언니라고 불린 것이 빨간망토는 기뻤다.
[이제 괜찮아. 언니가 구해줄게]
[응…… 고마워 언니]
[일단 여명으로 가자]
[여명?]
[우리 집이야. 아빠랑, 미코랑, 하루랑, 모두가 있어. 상처도 금방 치료해줄 거야]
안심시키기 위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어공주에게 얘기하면서, 빨간망토는 조금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곳은 원래 이 도시에 있던 수족관이다. 수족관이라고 하는 건물은 수많은 사람이 걸어다닌 장소이니까 그렇게 복잡한 구조를 하고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프리즌이 기생하면서 의태화되어 일그러진 수족관은 원래의 통로가 막혀있거나, 반대로 통로같은 구멍이 벽에 생기거나 해서 마치 미로같은 형상을 띄고 있다.
좀 전에 인어공주의 목소리를 들은 빨간망토는 주변 지형에 눈길도 주지 않고 목소리만을 향해서 달려갔다. 그 때문에 빨간망토는 여기가 어디인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런 것을 전혀 알 수 없어서….. 한마디로 헤매고 있었다.
[어―이! 하루―!]
[……빨간망토…… 어디냐……]
통로 안쪽에서 하루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하지만 텅 빈 수족관의 벽에 반사되어 어디에서 들리는지 잘 알 수가 없다.

[음…… 이쪽인가……]
왠지 소리가 들린 것 같다고 느낀 방향으로 전진하는 빨간망토.
[인어야, 괜찮아?]
[……응……]
인어공주의 대답에서 힘이 빠져있다. 생각보다 상처가 심한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빨간망토는 인어공주가 계속 각성상태인 것도 신경 쓰였다. 자신이 각성 상태가 된 경우에는 메르헨을 쓰러뜨리면 원래대로 돌아가는데.
실제로 빨간망토의 눈은 핑크도 아니고 머리카락도 하얗지 않다. 귀도 꼬리도 사라졌다. 그런데 인어공주는 그대로다. 어떻게 된 걸까? 아무튼, 한시라도 빨리 하루와 합류해서 여명으로 돌아가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통로를 꺾은 순간.
[악!?]
갑작스레 얼굴을 얻어 맞은 빨간망토는 인어공주를 안은 채로 통로에 쓰러졌다.
얼굴을 드니 통로에 인간과 물고기가 융합한 섬뜩한 모습의 메르헨이 몇 마리나 모여있었다.
[또 나왔어……! 미안해 인어야, 내릴게!]
[아…… 언니……]
인어공주를 내리고 빨간망토는 또다시 가위를 휘두른다. 맞았을 때 어딘가 찢어진 것인지, 코와 입에 빨간 피가 흐르고 있었다.
기습을 당해 동요한 빨간망토는 여러 마리의 메르헨에게 습격당해 제대로 반격하지 못했다. 일격, 또 다른 일격, 메르헨에게 공격을 당해 핑크색이 아닌 자신의 빨간 피로 더럽혀진다.
[아, 아아…… 언니……!]
[괜찮…아……! 언니가 지켜줄게……!]
고통스럽게 쥐어 짜낸 빨간망토의 목소리를 듣고 인어공주의 눈이 비통함으로 물든다.
결국, 빨간망토를 공격하던 메르헨 중 한 마리가 빨간망토 옆을 지나 통로에 주저앉은 인어공주에 마의 손을 뻗쳤다.
[인어한테 손대지마아아아!]
자신이 공격당하는 것을 개의치 않고, 빨간망토는 억지로 몸을 틀어서 그 메르헨에게 가위를 찔렀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날을 열어 메르헨을 안쪽에서 찢었다.
간발의 차이로 메르헨은 두 동강나서 절명했고, 그 단면에서 대량의 피가 뿜어져 나와 인어공주의 몸을 핑크색으로 물들였다.
빨간망토는 곧장 다시 앞을 향하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메르헨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눈치채지 못했다.
[윽…… 아……?]
대량의 핑크색 피를 뒤집어쓴 인어공주가 눈을 크게 뜨고 고통스러운듯한 신음을 내면서 경련하기 시작한 것을.
[이걸로…… 끝이다!]
싸우면서 빨간망토도 메르헨의 피를 뒤집어써 각성한 덕분에, 전황이 뒤집어졌다. 부상당하면서도 어떻게든 마지막 메르헨을 쓰러뜨리고, 겨우 한숨을 돌리며 돌아봤다.
[인어, 괜……찮아……?]
내려다본 인어공주의 상태가 아까와는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빨간망토는 눈치챘다.
어째서일까. 기본적으로는 변하지 않았다. 핑크색 눈. 하얀 머리카락. 햐안 피부―― 피부? 이상하다. 방금 전까지 인어공주는 엉망이긴 했지만, 옷을 입고 피부가 보이는 것은 다리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반신이 거의 알몸이고 하반신도――
[……에?]
빨간망토는 눈을 의심했다.
인어공주의 하반신은 방금 전까지 확실히 두 개로 나뉜 인간의 다리였다.
그것이 지금은 완전히 달라붙어 물고기의 꼬리가 되어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진짜 인어공주 같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캬아아아아아!]
갑자기 인어공주가 빨간망토의 다리에 달려들어 그 피부를 물어뜯었다.
[아얏! 인어, 뭐하는 거야!?]
뿌리치려고 했지만, 인어공주는 믿기지 않는 힘으로 빨간망토의 하반신에 달라붙어 그 몸을 쓰러뜨린다. 그리고 다리에서 입을 떼고 다음은 복부를 물기 시작했다.
[꺄악! 그만, 그만해 인어! 아프다고!]
빨간망토가 애원해도 인어공주는 멈추지 않는다. 물고기 꼬리가 된 하반신이 지면을 치면서, 빨간망토의 팔에 손톱이 파고들고, 이번에는 목을 물어뜯으려고 했다.
빨간망토에게 향해진 핑크색 눈에 비쳐진 것은 틀림없는―― 살의였다.
[아…… 안 돼에에에에에에!]
무의식적으로
빨간망토는 오른손의 가위를 찔렀다.
그 칼날이 알몸인 인어공주의 가슴을 꿰뚫었다.

[……아……]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 깜짝 놀라는 빨간망토.
인어공주가 멍하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본다.
[……언……니……?]
신기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빨간망토를 똑바로 바라본다.
그리고, 인어공주는 죽었다.

[메르헨은 아니군. 혈식소녀다]
여명 본부에서 하루가 가져온 인어공주의 시체를 조사한 박사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새로운 혈식소녀를 발견했다고 생각했더니 설마 죽게 만들 줄은…… 하루군 자네가 붙어있었는데 유감이군]
[……미안해]
현재 여명의 최우선 목표는 빨간망토와 같은 혈식소녀를 한 명이라도 더 발견하는 것이다. 하루는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변명을 하려 하지 않는다. 이 이상 책임을 물어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박사는 한숨을 크게 쉬고 기분전환을 했다.
[그보다 어떻게 된 일인지…… 빨간망토의 말에 의하면 이 인어공주는 우리가 아직 모르는 각성을 한 것 같군]
[그래. 나도 본 것은 아니라서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빨간망토를 따랐던 것 같은데, 갑자기 공격해오고 말도 통하지 않았다고 한다라…]
[각성에는 또 한 단계가 있는 건가… 좋은 각성과 나쁜 각성…? 메르헨의 피를 사용해서, 더 실험해야 할 필요가…]
중얼중얼 혼잣말을 시작하는 박사에게 하루는 조금 눈썹에 주름을 만들며
[……그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빨간망토도 어떻게 해야 하지 않겠어?]
빨간망토는 인어공주의 시체를 안고서 울고 있던 것을 하루가 보호했다.
울다 지친 다음에는 멍한 상태가 되어 여명에 돌아와서 겨우겨우 박사의 질문에 대답한 후, 이번에는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 마음속 상태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짐작도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놔두고 있을 수는 없었다.
[빨간망토라…… 그렇지. 어쩔 수 없군.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말한 박사는 연구실 안쪽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었다.

[빨간망토. 들어간다]
노크 소리와 박사의 목소리가 들린 후, 방문이 열린다.
빨간망토는 풀이 죽은 상태로 침대 위에서 무릎을 껴안고 후드를 깊이 뒤집어쓰고 있었다.
자신을 언니라고 불러준, 처음 생긴 동생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말았다.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다. 누구와도 말하고 싶지 않다. 그냥 늑대에게 잡아먹히고 싶다―― 그런 회한의 감정이 끝없이 빨간망토를 좀먹고 있었다.
[빨간망토 너에게 만나게 하고 싶은 아이가 있단다]
박사의 상냥한 목소리에도 빨간망토는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 들어오렴]
[네, 네에]
박사에게 대답한 목소리에 빨간망토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자신과 같거나 조금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 그래, 딱 인어공주 정도의――
빨간망토가 얼굴을 들자 방 입구에 소녀가 서 있었다.
파란머리가 허리까지 닿을 정도로 길고 귀 위쪽에 검은 리본을 묶은 귀여운 소녀다.
[자, 자기소개를 하렴]
박사의 말을 듣고 소녀는 한발 앞으로 나가며, 긴장한 듯이 입을 열었다.
[시…… 신데렐라라고 한답니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빨간망토. 누구야? 라고 박사에게 시선을 옮긴다.
[너와 같은 혈식소녀다. 빨간망토, 너의…… 동생이다.]
동생.
그 말이 얼어붙었던 빨간망토의 마음을 천천히 녹이기 시작한다.
신데렐라라고 자신을 소개한 소녀는 조금 부끄러운 듯이 계속했다.

[자, 잘 부탁드릴게요…… 언니]
언니라는 말을 듣고
빨간망토는 침대에서 뛰어내리며 신데렐라에게 달려가서 그 작은 몸을 끌어안았다.
[꺅!? 무, 무슨 일인가요!?]
당황하는 신데렐라를 빨간망토는 강하게, 강하게 끌어안았다.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나는 언니로서 이 동생을 지켜내 보이겠어.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