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옥탑 메리스켈터
~옥중동화전일담~

제8화

신데렐라에게는 자신의 부모에 대한 기억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자신을 [예쁘다 예쁘다]하면서 귀여워해 준 기억.
또 하나는 청소와 잡일에 혹사당한 기억.
어느 쪽이 진실된 기억인지 신데렐라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철이 들었을 때, 이미 [여명]에 보호되고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박사가 어떤 던전을 조사하던 중에 신데렐라를 발견하여 데려온 것은 여명이 감옥탑에서 전멸당한 것 보다 이전의 일로, 지금부터 6년 전의 일이다.
박사는 신체의 성장 정도로 판단하여 그날을 신데렐라가 세 살이 되는 생일로 정했다. 그렇게 여명으로 들어온 후, 신데렐라는 잡일을 한 적이 없었다.
그 후에 신데렐라는 박사에게 자신의 부모에 관해서 물어봤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모르겠다. 너를 발견했을 때 부모는 이미 없었다]라는 대답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세 살이 되기 전에 진짜 부모와 헤어져, 그 부모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아무리 그렇더라도 한 두 살 아이에게 잡일을 시켰을까? 만약 시켰다고 해도 애초에 가능할 리가 없다.
그래서 신데렐라는 귀여움 받았던 기억이 진짜이고, 혹사당한 기억은 꿈이나 뭔가 잘못된 기억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여기에 또 하나의 기억은 신데렐라에게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소원을 가지게 했다. 그래서 귀여운 리본이나 예쁜 옷, 박사에게 보호되었을 때 자신이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 작은 유리 구두의 액세서리 등, 그런 물건을 항상 몸에 지니게 되었다.
예쁜 것을 입고 있을 때와 잡일을 하고 있을 때.
왠지 신데렐라는 그 때 이외에는 자신이 진짜로 이곳에 있어도 되는 걸까 한없이 불안해졌다.

박사는 그 기억이 [신데렐라]라는 동화의 에피소드와 일치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굳이 본인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혈식소녀라고 이름 붙인 빨간망토의 신기한 체질을 조사하던 중에 박사는 분명 다른 곳에도 비슷한 체질을 가진 자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발견한 두 번째 혈식소녀가 신데렐라이다.
빨간망토도 신데렐라도 스스로 그 이름을 말했다. 두 사람 다 각 동화의 주인공을 생각나게 하는 말투를 할 때가 자주 있다. 빨간망토는 후드를 쓰고 싶어 하거나, 신데렐라라면 예쁜 옷을 입고 싶어하는 것처럼.
이것은 그녀들의 특이체질과 분명히 뭔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박사는 더욱더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빨간망토와 신데렐라를 만나게 하지는 않았다.
각각 떨어진 다른 방을 주고 매일매일의 생활을 규칙적으로 관리하여, 결코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 없도록 활동 시간을 조정했다. 이것은 혈식소녀의 성질을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서로를 만나게 하면 어떻게 될지 몰랐기 때문이다.
감옥탑 공략에는 반드시 그녀들의 힘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만일에 하나라도 그녀들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박사는 신중하게 두 사람을 키웠다.
하지만 비극은 벌어지고 말았다.
빨간망토의 열 살 생일. 새롭게 준 무기로 빨간망토는 수족관으로 출격해 박사가 모르는 곳에서 혈식소녀를 발견하고 우여곡절 끝에 죽게 하였다.
박사로서는 귀중한 혈식소녀를 잃은 것뿐만 아니라 돌아온 빨간망토까지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게 되어 버렸기에 우려할만한 사태였다.
그래서 박사는 결국 신데렐라를 빨간망토와 만나도록 한 것이다.

[신데렐라 들어가도 될까?]
[박사님? 괜찮아요]
신데렐라의 방문을 열고 박사가 안으로 들어온다. 방 안은 예쁘게 정돈되어 반짝거리는 물건이나 귀여운 물건이 잔뜩 진열되어있다.
[신데렐라 실은 너에게 만나게 해주고 싶은 아이가 있단다. 이름은 빨간망토. 너의 언니란다]
[에……]
언니. 그 말을 듣고 신데렐라는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언니라고 해도 피가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너와 같은 혈식소녀로서의 언니다]
언니. 어째서일까. 그 존재에 하나도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좋은 이미지가 없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데 만나면 괴롭힘 당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에 눈치챈듯한 박사는 상냥한 얼굴로 신데렐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빨간망토는 매우 밝고 상냥한 아이란다. 너를 괴롭히는 짓은 절대 하지 않을 거야]
[그런……가요?]
[응. 다만…… 빨간망토는 지금 몹시 슬픔에 빠져있단다]
[에?]
[빨간망토에게는 혈식소녀인 다른 여동생이 있었는데 그 여동생이 메르헨에게 살해당했단다. 그래서 빨간망토는 동생을 지키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방에 틀어박혀 버렸지]
박사는 아주 조금 거짓말을 했다. 기왕이면 이것을 이용해서 메르헨에 대한 적대의식을 더욱 높이려고 생각했다. 그것은 신데렐라에게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메르헨. 자신들 혈식소녀가 쓰러뜨려야 할 적. 그것이 자신의 동료를 살해했다.
박사가 생각한 대로 신데렐라는 메르헨에 대한 증오를 느끼며 그와 동시에 동생을 살해당해 슬픔에 잠긴 언니 빨간망토를 걱정했다.
[그러니 신데렐라. 빨간망토와 만나서 언니라고 불러주지 않겠니?]
신데렐라는 생각한다. 죽은 동생을 대신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알겠습니다. 만나겠어요]
언니라는 존재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뿌리치고 신데렐라는 그렇게 대답했다.

[자, 잘 부탁드릴께요…… 언니]
그리고 신데렐라는 처음 만나는 자신의 [언니]에 대한 인사를 하고서――갑자기 빨간망토가 달려들어 안았다.
[꺅!? 왜, 왜 그러시나요!?]
[신데렐라는 내 동생인 거지!? 난 빨간망토야! 지키겠어. 반드시 언니가 너를 지켜내겠어!]
[에, 에에……? 자, 잠깐 박사님 어떻게 해야……]
강렬한 포옹을 당하고 볼을 부비부비 당한 신데렐라는 곤란한 듯이 박사를 쳐다본다. 하지만 박사는 싱글벙글 흐뭇한 할아버지의 웃음을 지으면서 응하며 끄덕일 뿐.
[신데렐라! 내 여동생! 아아~ 귀여워! 신데렐라!]
[잠깐…… 이제 슬슬 볼을…… 뜨거워! 뜨거워요! 떨어져 주세요!]
[싫어! 이제 놓지 않을 거야!]
[아… 정말……! 괜찮아요! 아무 데도 안 갈 거에요!]
그렇게 말하며 신데렐라는 힘으로 빨간망토를 떼어냈다.
아쉬운 듯한 빨간망토가 버려진 강아지와 같은 눈동자로 신데렐라를 쳐다본다.
[……정말? 어디에도 안 가지?]
[……정말이지. 이래선 제가 더 언니 같잖아요]
[아니야! 내가 언니야! 자, 말해보렴? 언니라고]
[조용히 하세요! 당신은 [빨간망토씨]로 충분해요!]
[너무해~. 언니라고 불러줘~]
쑥스러움을 감추듯이 난폭하게 말하는 신데렐라와 그것에 달라붙는 빨간망토. 박사는 그 두 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잔뜩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은 박사의 눈에는 이미 진짜 자매처럼 보였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머릿속에서는 다음 단계를 생각한다.
인어공주. 빨간망토가 죽인 혈식소녀.
보고에 의하면 인어공주는 자신이 확인하지 못한 형태의 각성을 했다고 한다.
아직 혈식소녀에 관해서는 알지 못하는 점이 많다. 더욱더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실험용 우리 안에서 움직이기 편한 의상으로 갈아입은 신데렐라는 그 간소한 복장에 불안해하면서도 마음의 버팀목처럼 작은 유리 구두의 팬던트를 손에 쥐고 있다.
[신데렐라 시작해라]
[네…… 네]

박사의 신호로 신데렐라는 준비된 시험관을 채운 핑크색 액체를 마신다.
[……윽!]
순식간에 신데렐라의 눈이 핑크색으로 빛난다.
계속해서 몇 개의 시험관을 다 비우니 그 모습에 변화가 일어났다.
눈이 핑크색에서 돌아오지 않게 되었고 파랗던 머리가 순식간에 흰색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핑크색으로 빛나는 리본과 액세서리가 구현화되어 그녀를 장식한다.
[각성 상태…… 빨간망토, 인어공주가 변했던 것은 이것이 아니지?]
[응. 이렇게도 됐었지만 이 뒤에 한 번 더 변했던 것 같아]
인어공주가 빨간망토를 공격했던 또 하나의 각성 상태. 이것은 그 수수께끼를 조사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외모는 어떻게 달랐지?]
[그러니까… 옷이 없어졌어. 그리고 양다리가 붙어서 검은색의 물고기의 꼬리 같은 것으로 변했어]
[물고기의 꼬리…… 검은색의……]
박사는 동화의 인어공주를 떠올렸다. 상반신이 인간 여성이고 하반신이 물고기인 히로인.
[……보다 동화의 모티브에 가까워졌다는 것인가. 빨간망토 그때 인어공주는 어떤 상태였지?]
[그러니까…… 상처를 많이 입었어. 그래서 나는 앉혀놓고 지키면서 싸웠어. 그 이상은 상처를 입지 않게 했어. 하지만 모두 쓰러뜨리고 돌아보니, 이미……]
[……인어공주는 또 다시 메르헨의 피를 뒤집어썼나?]
[그건…… 모르겠어. 정신없이 싸웠으니까. 하지만 잔뜩 피가 뿜어져 나왔으니까 그것이 튀었을지도 몰라]
[흠……]
빨간망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박사는 생각한다.
[일정 이상의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메르헨의 피를 일정이상 뒤집어쓰면, 음의 각성 상태가 되는 건가……? 그렇다면 메르헨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상대를 닥치는 대로 공격하게 된다?
그렇다면 위험하다. 혈식소녀를 두 명 이상 함께 다니게 할 수 없게 된다. 각성조건을 확인해봐야…… 하지만 어떻게 실험을 하지? 이 아이들을 일부러 상처입혀서 거기에 메르헨의 피를 뿌린다…… 너무 가혹한가. 하루군이나 미코군이 가만히 있지 않겠지. 그렇다면 어떻게……]
[저, 저기…… 아빠]
[응?]
생각에 잠긴 박사를 빨간망토가 불렀다.
우리 안을 가리키는 빨간망토. 박사가 그쪽을 보니 각성 상태의 신데렐라가 어느샌가 쭈그려 앉은 상태로 땅에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고 있었다.

[기대했던 결과는 나오지 않았나 보군요…… 어차피…… 어차피 나 같은 건 결국 재투성이에 불과한 거지요…… 실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거네요……]
신데렐라는 마치 지옥의 심연이라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어두운 표정으로 투덜투덜 자학적인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신데렐라 어떻게 된 거야?]
[아, 너는 각성하면 흥분해서 즐거워지지? 신데렐라는 그 반대란다]
신데렐라는 결국 앉은 채로 쿵쿵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이제 됐어요. 모두 죽으면 돼…… 나에게 상냥하지 않은 세계 따위 멸망해버리면 되는 거예요……]
[……괘, 괜찮은 거야? 저거……]
[적당한 메르헨이라도 공격하게 해서 분을 풀게 하면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어이, 누구 없나]
언제나처럼 박사는 사람을 불러서 제물이 될 메르헨을 데리고 오게 한다.
혈식소녀도 이런저런 녀석이 있구나…… 빨간망토는 마음속 깊이 그렇게 생각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