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옥탑 메리스켈터
~옥중동화전일담~

제9화

자신의 힘으론 어쩔 수 없는 재앙에 휘말렸을 때 인간이 취하는 행동은 대체로 다음 3개의 패턴 중 하나다.
첫 번째는 포기하지 않고 맞서 싸운다.
마음이 강한 사람은 이것을 선택한다. 현재 상태를 받아들이고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색하여, 가능한 범위 안에서 행동하고 상황을 보다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 도시에서는 [여명]에 소속한 사람들이 주로 여기에 분류된다. 자신들뿐만 아니라 모두가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희망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것을 선택한다. 절망적인 상황을 눈앞에 두고 일어설 힘을 잃어, 조금이라도 더 큰 처마를 찾아 그저 그 아래에서 비를 피한다. 비가 내리는 것을 멈추길 바라지만, 어떻게 비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선 생각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 도시에는 여명이라고 하는 큰 처마 밑에서 메르헨이라고 하는 비를 피하고 있는 수많은 일반인이 여기에 분류된다. 하지만 그들은 불안감에 억눌리면서도 그 불안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진 않는다.
여명이 지면 어떻게 할까, 자신들은 언젠가 지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비록 그것이 소극적인 사고방식이라고 해도, 그럼에도 그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세 번째는 생각이 멈추는 것이다.
결코 적지 않은 사람이 이것을 선택한다. 현재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들의 불안을 받아줄 상대를 찾아서 그 상대를 발견하면 [이제 괜찮아. 나머지는 이 사람이 어떻게 해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은 불안을 맡아줄 사람이 있을 때는 절대 절망하지 않는다. 그 모습은 어떤 의미로는 밝고 긍정적으로 보여서, 같은 불안을 가진 사람들이 구원을 찾아 등불에 모여드는 나방처럼 모여든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많은 이들의 불안을 혼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은 그렇게 흔치 않다. 그럼, 사람들은 대체 누구에게 불안을 맡기면 되는 것일까?
대답은 하나밖에 없다.
이 도시에 있어서 그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 [오오히메]님이라고 불리는 존재다.
그녀는 색소가 옅은 피부와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으며, 좌우의 색이 다른 눈동자로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 신비로운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그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녀는 꿈 꾸는 듯한 말투로 얘기한다.

[언젠가 태양의 신이 천막을 불태워, 감옥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날이 온다]
그 말은 일부 사람들에게 [예언]으로서 받아들여지고 불안을 맡길 수 있는 상대를 찾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갔다.
오오히메를 중심으로 태양신의 구원을 기다리는 그 집단은 규모가 점점 더 커져서, 지금에 와서는 이 도시에서 여명 다음으로 커다란 단체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태양교단]이라고 불렀다.
태양교단은 원래, 사람들이 서로 돕기 위해서 모여든, 이름 없는 작은 집단이었다. 그 설립은 여명보다도 오래되어, 노약자 우선 배식 및 사교의 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데려와 모두가 함께 키우는 고아원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여명이 생긴 이후로는 연계를 취하면서 서로의 역할을 특화해서, 지금은 어느 쪽도 이 도시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정도의 단체가 되었다. 특히 효율적으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수직 구조를 이룬 여명과는 달리, 교단은 사람들의 수평적인 인간관계를 제공하고 있다.
여명은 안전을, 태양교단은 안심을.
이 도시에 있어서 두 개의 단체는 그런 식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그리고, 태양교단이 아직 교단이 아니고, 오오히메가 아직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을 무렵.
그 고아원에 또 다시 부모를 잃은 세 명의 아이들이 보호되었다.

[어머어머어머, 귀여워라~]
고아원에 모여든 여성들은 새로운 가족이 될 세 아이를 둘러싸고 활기찬 분위기로 떠들석해졌다.
이 도시에서는 가끔 이렇게 고아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부모가 메르헨의 인간 사냥을 당해 불행 중 다행으로 아이만 살아남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고아원에서는 그런 아이들을 데려와서 모두가 함께 키우고 있다.
하지만 한 번에 세 명의 고아를 데려온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연령은 세 명 다 3, 4세 정도로 보인다. 모두 여자아이다. 각각 머리카락의 색이 다르지만, 셋 다 매우 닮은 얼굴을 하고 있다. 자매인 것 같다.
[세 명이 함께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변에 메르헨의 시체가 있었지만, 부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여러 명이 함께 이동하던 중에 다수의 메르헨에게 습격 당했고, 힘을 합쳐 반격해 한 마리는 쓰러뜨렸지만 결국 다른 메르헨에게 끌려간 것이 아닐까……]
세 명을 구해온 남자가 말했다. 그것을 들은 여성들은 슬픈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아이들만은 지켜냈구나. 훌륭해…… 자, 얘들아 오늘부터 이곳이 너희들의 집이야]
여성은 무릎을 꿇어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미소 지었다. 세 명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한 얼굴로 여성을 멍하니 쳐다봤다.
[데려오면서 여러 번 말을 걸어봤지만 아무래도 아직 말을 잘 못 하는 것 같아]
[그래? 분명히 여유있는 환경이 아니었을 거야. 불쌍하게도……]
이 도시가 지하에 가라앉은 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신체적으로도 지능 면에서도 발육이 늦는 경우가 흔히 있었다. 제대로 된 음식을 손에 넣기 힘든 것과 태양의 빛을 쐬지 못하는 것이 원인일 것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아이가 일찍부터 이해하는 것이 있다.
[너희들 이름은 뭐니?]
말을 잘하지 못하는 아이도 자신의 이름만은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렸을 때부터 가장 많이 귀로 듣는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의 질문에 세 명 중에서 가장 작은 빨간 머리의 여자아이가 입을 열었다.
[……엄지공주]
별로 이름 같아 보이지 않는 그 대답에 어른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남은 두 명의 여자아이도 그에 이어서 입을 열었다.
[백설공주]
검은 머리의 여자아이.
[잠자는공주……]
녹색 곱슬머리의 여자아이.
얼굴을 마주 보는 어른들. 물론 그 이름들을 알고 있었지만 보통 아이에게 붙이는 이름은 아니다. 그러나――
[어머, 그렇구나. 세 사람 다 공주님이구나. 어쩐지 귀엽더라니까]
어른들은 그 이상 세 명의 이름에 의문을 같지 않았다.
모든 것이 이상해져 버린 이 세계에서 심각하게 신경 쓸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그 이름이 세 명에게 묘하게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엄지공주, 백설공주, 잠자는공주. 오늘부터는 우리와 함께 살자. 잘 부탁해]
세 명은 역시 어른들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듯이 멍하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묘하게 호흡이 맞는 그 사랑스러운 모습에 어른들의 마음은 누그러졌다.

말이 더딘 것이 걱정이던 세 자매였지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때는 이미 완전히 말을 깨우쳤다.
[백설, 잠아, 여기야 여기!]
밝고 활발한 장녀, 엄지공주. 어른들에 대해서는 조금 완고한 태도를 보일 때도 있지만, 두 동생에게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상냥하다. 가장 키가 작아서 처음에는 막내라고 생각되었지만, 말을 할 수 있게 된 후, 실은 장녀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어른들을 놀라게 했다.
[엄지공주 언니, 기다려주세요~]
소극적인 성격의 차녀, 백설공주. 상냥한 태도에 조금 겁이 많아서, 항상 언니인 엄지공주의 뒤를 쫓아다닌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고, 스스로 어른들을 돕겠다고 나서기도 해, 어른들에게 특히 사랑 받고 있었다.
[…………]
과묵하고 마이 페이스인 3녀, 잠자는공주. 아무튼 잘 잔다. 깨어있을 때도 자는 것처럼 거의 말이 없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어른들이 얘기하면 순순히 [응]이라고 반응하기 때문에 말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세 자매는 옆에서 봐도 무척 사이가 좋아서, 언젠가부터 고아원의 마스코트 적인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세 자매와 특히 사이가 좋았던 아이들이 있었다.
[어~이, 엄지야]
[아, 미치루!]
이름을 부르는 느긋한 목소리에 엄지공주는 발을 멈추고 돌아봤다.
손은 흔들며 이쪽을 보는 것은 색소가 옅은 피부와 머리카락을 지닌, 세 자매보다 약간 더 연상으로 보이는 소녀. 그 눈동자도 좌우의 색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치루라는 이름으로 불린 소녀의 옆에는 미치루와 같은 머리카락과 피부를 가진 소년. 다만 그 눈동자는 미치루와는 달리 양쪽이 같은 색이다.
[치이, 밖으로 놀러 가자]
[응, 좋아]
[치이]라고 불린 소년은 엄지공주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 자매와 미치루, 그리고 치이. 나이가 비슷한 것도 있어서, 고아원 안에서도 특히 사이가 좋은 5인조이다. 다섯 명은 가끔 밖으로 나가서 함께 놀았다. 아이들끼리 밖에 나가는 것은 좋지 않지만, 눈에 보이는 범위 안이라면 어른들도 심하게 잔소리를 하진 않았다.
밖에 나간 다섯은, [자 오늘은 무엇을 하면서 놀까] 생각했다.
그러자, 미치루가 땅에 막대기로 선을 그으며 꿈꾸는 듯한 말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 선에서 이쪽이 [추억의 나라]. 엄지공주가 있는 곳이 [밤의 궁전]. 치가 있는 곳이 [사치의 무덤]……]
설명을 들어도 세 자매에겐 이해할 수 없었다. 미치루는 항상 이런 식으로 신기한 얘기를 한다. 하지만 치이에게 있어서는 신기한 것이 아닌 모양이었고, 세 자매도 잘 모르지만 아무 생각 없이 분위기를 즐겼다.
[행복을 찾는 거야. 태양은 반드시 떠오를 테니까]
미치루는 언제나 태양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크고, 밝고, 눈부시고, 따뜻하다.
이 도시에 태어난 아이들은 그런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것이 진짜로 있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고 있는 어른들은 미치루가 태양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마다 가녀린 희망의 빛을 그 눈에 품는 것이었다.

[박사님, 잠깐 괜찮은가요?]
여명 본부. 의무반이면서 빨간망토나 신데렐라의 보호자이기도 한 미코는, 혼자서 몰래 박사의 연구실을 방문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지, 미코군]
[고아원을 둘러보고 왔습니다만 신경 쓰이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년 전에 보호한 세 자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데려온 남성과 우연히 만나게 되어, 어떤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흠?]
[그 남성에 의하면 세 자매를 발견했을 때, 주변에는 메르헨의 시체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 자매는 그 시체의 피를 마시고 있었고……]
움찔, 박사의 눈썹이 움직였다.
[그때 세 자매의 눈동자가 핑크색으로 빛난 것처럼 보였다고……]
입언저리에 손을 대는 박사. 미코는 그것이 미소를 감추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세 명 다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이름은 엄지공주, 백설공주, 잠자는공주]
[……혈식소녀 세 자매라는 건가? 훌륭하군…… 미코군, 바로 데리러 가자. 나는 고아원에 가본 적이 없다네. 안내해주게]
[네]
순간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미코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박사의 뒤를 따랐다.

이렇게 세 자매는 여명에 들어가게 되어, 혈식소녀대는 5명이 되었다.
그리고, 미치루가 [오오히메님]이라고 불리게 되어, 태양교단의 교주가 되는 것은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은 때의 일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