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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결혼이란 대체 무엇일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것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츠우는 깨달았다.
결혼이란 신부가 되는 것이다. 결혼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봉사하는 것이다. 결혼이란 영원히 당신과 함께 하겠다고 맹세하는 것이다―― 그런 이미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어째서 그것을 알고 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더욱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공주, 손을 잡으세요. 발밑을 조심해주세요]
[응, 츠우]
자신이 내민 손을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보이는 소녀가 기쁜 듯이 붙잡는다.
[고마워, 왕자님]
[아뇨 아뇨. 공주님에게 도움이 된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기쁘답니다]
소녀―― 인어공주가 자신과 결혼하고 자신을 왕자님으로 대해주는 것이 츠우는 기뻐서 견딜 수가 없다.
신부가 아니라 왕자님이 되어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놀랐다. 왜냐면 여자아이니까. 왕자님이 되는 것은 이상하다고,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바로 버렸다.
인어공주가 원한다면 나는――나는 왕자님이 되어야지. 츠우는 곧장 그렇게 결심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인어공주와는 처음 만났다. 애초에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츠우는 처음부터 인어공주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저기, 츠우. 오늘도 함께 잘 수 있어?]
[어…… 조, 좋아. 정말이지 공주님은 어리광쟁이라니까]
츠우는 먼저 적극적으로 인어공주에게 다가갈 수 없다. 부끄럽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어공주가 그런 식으로 말해주는 것이 기뻤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먼 옛날부터 인어공주와 이렇게 접하는 것을 바라고 있었던 것 같은 그런 신기한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츠우와 인어공주는 수족관 터의 깊숙한 곳에 모여 있던 괴물들을 둘이서 몰아낸 뒤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때 멀리 떨어진 곳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저기 츠우, 뭔가 들리지 않아?]
[응…… 공주님은 여기 있어. 잠깐 보고 올게]
[나도 갈래]
[괜찮아.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갈래. 부부는 언제나 함께라고 하잖아?]
그런 말을 들으면 츠우는 약해진다. 쓴웃음을 짓고선 인어공주의 손을 잡아 등 뒤에 둔 채로, 그녀를 지키면서 소리가 난 쪽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그러자 처음에는 작았던 소리가 점점 확실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 섞여 있는 목소리도.
[팔…… 구…… 십! 아하하! 굉장해!]
인간의 목소리다.
이 장소에서 츠우와 인어공주는 처음으로 다른 인간의 목소리를 들었다.
통로 뒤편에서 얼굴을 살짝 내밀어 살펴본다.
빨간 후드가 달린 옷을 입은 소녀가 자신의 키만 한 거대한 가위를 휘두르면서 그곳에 살고 있던 이형의 괴물을 즐거운 듯이 쓰러뜨리고 있었다.
[뭐……뭐야, 저거……]
처음으로 인어공주가 아닌 다른 인간과 만났다―― 츠우는 그렇게 기뻐할 수가 없었다. 확실히 이곳의 괴물들은 결코 우호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괴물을 쓰러뜨리고 있다 해서, 저 소녀가 우리 편이라는 보장이 있을까? 괴물들을 쓰러뜨리면, 다음에는 저 가위가 우리 쪽을 향하진 않을까?
[봐, 츠우. 인간이야]
[공주, 쉿. 들키지 않게 천천히 떨어지자]
[에? 하지만――]
인어공주의 손을 잡고 그 자리로부터 떨어지려고 하는 츠우. 하지만――
[인간이다! 하루! 인간이 있어!]
[뭐? ……오오, 정말이네. 인간이야]
발견되어 버렸다. 게다가 보아 하니 상대는 한 명이 아니었던 것 같다. 소녀의 목소리를 듣고 뒤에 있던 어른들도 다가온다. 그 중의 한 명인 안대를 쓴 남자와 함께 소녀는 츠우 일행을 향해 뛰어왔다.
인어공주를 등 뒤에 세우고 소녀의 앞을 가로막는 츠우. 만약 위해를 가할 생각이라면 자신을 방패로 삼아서라도 공주를 지킨다―― 그렇게 결심하고 있었지만.
[너희들 계속 여기에 있었던 거야? 이제 괜찮아! 같이 가자!]
빨간 후드의 소녀는 밝은 웃음과 함께 츠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같이……?]
[우리들은 [여명]이라는 조직의 사람이다. 밖에선 인간들이 모여서 살고 있어. 너희들 같은 아이들도 많이 있지]
안대를 쓴 남자가 말한다. 말투는 퉁명스럽지만, 츠우를 바라보는 시선은 의외로 부드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적은 아닌 모양이다.
[계속 둘이서 이곳에서 살아온 거냐? 고생이 많았겠구나]
[하지만 이곳은 위험해. 언제 메르헨이 습격해올지 몰라. 여명에서라면 어른들이 지켜주니까 안심해도 돼. 그러니까 같이 가지 않을래?]
남자와 소녀의 말에 츠우와 인어공주는 당황하여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어쩌지, 츠우]
[……가지 않아도 괜찮아. 이 녀석들 거짓말쟁이일지도 몰라]
[하지만…… 계속 여기에 있는 것이 위험하다면 가는 편이……]
[그때는 내가 공주를 지키겠어]
[응…… 하지만, 츠우가 위험해지는 건 싫어. 그리고 다른 인간들이 많이 있다면 만나보고 싶기도하고]
[그건……]
어떻게 할지 답을 찾지 못한 츠우는 입을 다물었다.
그 등 뒤에서, 갑자기 작은 괴물 한 마리가 뛰어들었다.
[위험해!]
빨간 후드의 소녀가 소리치며 가위를 치켜들었지만, 아주 약간 늦었다. 괴물의 손톱이 인어공주의 하얀 피부를 찢으며 작은 상처를 입힌다.
[공주에게 손대지 마!]
격노한 츠우가 주먹으로 그 괴물을 후려쳐 날린다. 아무래도 괴물은 이미 빨간 후드의 소녀에게 대미지를 입은 것인지, 그 한 방으로 쉽게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괴물의 피가 츠우의 피부에 닿았다.
[윽!]
후드의 소녀와 안대를 쓴 남자가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렸다.
[하루…… 이 아이……!]
[음…… 놀라운걸.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데리고 갈 필요가 있을 것 같군]
[……?]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츠우는 분홍빛으로 물든 눈으로 수상한 듯이 쳐다보았다. [혈식소녀……?]
[맞아. 메르헨의 피를 뒤집어쓰게 되면 신체 능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신비한 힘을 가진 소녀들을 말하는 단어야. 빨간망토처럼 말이지]
안경을 쓴 백의의 여성―― 미코는 츠우와 인어공주에게 몇 가지 검사를 한 후 [너희들은 혈식소녀야]라고 설명해 주었다.
[메르헨의 피를 뒤집어썼을 때 눈이 분홍색으로 빛났지? 그게 증거야]
[갑자기 그런 말을 들어도……]
[그렇겠지. 갑작스러운 일로 혼란스러운 건 이해해. 그러니까 당분간 여기서 우리들과 함께 살아보지 않을래? 그렇게 천천히 알아가면 되는 거야. 우리들에 대해서도, 너희들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하며 미코는 츠우와 인어공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 감촉이 싫지는 않았다.
[공주…… 어떻게 할까?]
[나는 괜찮다고 생각해. 다들 상냥하고, 여기에 있으면 츠우가 위험해지는 일도 없을 테니까]
[……그래. 나도 공주가 안전하다면 그게 무엇보다 중요해]
[츠우……]
[공주……]
서로를 마주 보며 둘만의 공간을 만드는 두 사람. 잠시 동안 그 상황이 지속된 뒤, 으흠.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그럼, 질문을 해도 괜찮을까?]
천천히 입을 연 것은 백발의 노인이었다. 미코나 하루에게는 [박사], 빨간망토에게는 [아빠]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다시 한 번 너희 두 사람의 [이름]을 들려줄 수 있을까?]
미소 짓는 그 표정에 츠우는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끼며 순순히 대답했다.
[나는 츠우]
[저는 인어공주예요]
[흠…… 인어공주와 츠우……라. 츠우…… 흠……]
박사는 어째서인지 츠우의 이름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츠우군. 자네는 어째서 자신이 그런 이름인지 알고 있나?]
[에…… 어째서라니……]
질문을 듣고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알 수 없었다. 인어공주가 이름을 물어봤을 때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의 이름은 [츠우]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알고 있었다.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니, 미안하다. 모른다면 그걸로도 괜찮아. 혈식소녀는 모두 그런 식이니 말이다]
[맞아 맞아. 나도 왜 내가 빨간망토인지 모른다니까!]
빨간 망토도 그렇게 말하고,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며 밝게 웃었다.
[저기 아빠. 할 얘기는 다 끝났어?]
[응? 아, 그래. 일단 오늘은 이 정도면 괜찮겠지]
[알았어! 그럼 츠우랑 인어공주! 날 따라와! 여명을 안내해줄게!]
빨간망토가 억지로 두 사람의 손을 잡아 끌자 츠우는 당황해하면서도 얌전히 뒤를 따랐다.
그리고 이날. 두 사람은 여명의 일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