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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잠깐! 그게 무슨 말이야, 치!]
고아원, 지금은 [태양 교단]이라고 불리고 있는 건물의 뒤편에서 엄지공주의 화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목소리가 향한 대상인 소년, 치아키는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차가운 눈으로 대답한다.
[말한 그대로의 의미야. 이제 여기엔 가급적이면 오지 말아줬으면 해. 그리고 앞으로 나를 부를 때는 [치]가 아니라 [히츠카]라고 불러]
[히츠카……? 뭐야 그게, 모르겠어!]
[몰라도 상관없어. 누나도 [오오히메님]이라고 부르도록 해]
[미치루는 미치루잖아!? 치, 얼마 전부터 이상해!]
[엄지 언니, 진정해주세요……]
[응…… 싸우면 안 돼……]
치아키에게 달려드는 언니를 백설공주와 잠자는 공주가 진정시키고 있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두 사람도 엄지공주와 똑같은 기분이다.
세 자매가 여명에서 살기 시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아원은 [태양교단]이라는 이름의 종교단체로 변모했다. 언제나 같이 놀아주는 상냥한 오빠였던 치아키는 언젠가부터 백과 청의 로브를 두르고 어른들로부터 [히츠카님]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아직 10대 전반인 소년을 어른들이 받들어 섬기는 모습은 엄지공주의 눈으로 봐도 기이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기묘했던 것이 치아키의 누나인 미치루다.
그녀는 오오히메님이라 불리면서, 지금은 치아키 이상으로 어른들의 숭배를 받고 있다. 예전부터 가끔씩 꿈을 꾸는 듯한 말을 하던 신비한 소녀였지만 지금은 그것이 [예언]이라고 받들어져, 그녀는 태양 교단의 교주가 되어 있었다.
교단이 생기고 1년 정도는 미치루도 치아키도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 놀러 가면 이전과 똑같이 놀아주었고, 특히 치아키는 자신들의 입장에 망설이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치아키는 변해 갔다. 미치루는 평소와 같았지만 치아키는 점점 미치루를 신성한 존재처럼 다루기 시작하여, 사람들이나 세 자매의 눈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 여느 때처럼 교단에 놀러 온 엄지공주에게까지, 마침내 치아키가 결정적으로 태도를 바꾼 것이다.
너무 편하게 놀러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치루에게 친하게 굴지 말아라. 자신들을 이름으로 부르지 마라.
그렇지 않아도 세 자매는 미코를 비롯한 여명의 멤버들이 교단을 불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치아키 본인에게 거절당한 것이다.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됐어. 미치루를 불러줘! 그런 말을 하는 치 따위는 혼나게 해줄 테니까!]
[오오히메님이다. 몇 번이나 말하게 하지 마]
[……!]
언제나 기가 센 엄지공주였지만 결국은 치아키보다 훨씬 어린 작은 여자아이다. 엄한 말투를 듣고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치아키를 노려보던 그 눈동자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왜……? 치는 우리가 싫어진 거야……?]
언니의 감정이 달라지는 모습에, 동생들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세 자매가 모여서 눈물을 글썽거리며, 치아키에게 애원하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세 명의 비통한 시선을 마주한 치아키의 표정이 순간 괴로운 듯이 일그러졌다.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럼……!]
약한 모습을 보인 치아키에게 엄지공주가 달려들려 한다.
그것을 상냥하게 붙잡은 것은 함께 왔던 츠우와 인어공주였다.
[엄지…… 이제 그만하지 않을래? 너무 곤란하게 만들면 안 돼]
[하지만……!]
[괜찮아. 싫어하게 된 게 아니라고 했잖아? 그리고 치아키에게도 뭔가 사정이 있는 거야. 그렇지? 치아키]
[……물론이다]
[그럼 그걸 제대로 설명해줘. 그렇지 않으면 불쌍하다고]
츠우에게 한 마디를 들은 치아키는, 한숨을 작게 내쉬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지공주, 백설공주, 잠자는 공주…… 누나는 지금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일을 하고 있어. 그것은 사람들이 언젠가 태양을 되찾기 위한 희망이야…… 너희들, 혈식소녀처럼]
[우리처럼……?]
[그래. 우리에겐 너희들처럼 싸울 힘은 없어. 하지만 우리만이……누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나는 그걸 돕고 있어. 여명이 모두가 있을 장소를 지켜준다면, 우리들은 모두의 마음을 지키고 싶어. 그러니까, 그 일이 너무 바빠져서 자주 만날 수 없게 될 거라는 뜻이야]
[모두의 마음을…… 지킨다]
[지금까지 우리를 지탱해준 사람들을, 이번에는 우리들이 지탱해주고 싶은 거야]
전과 같은 상냥한 눈빛을 보고서 엄지공주의 표정도 조금 부드러워졌다.
[……바쁘지 않게 되면 또 놀아줄 거야?]
[……놀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용무가 있다면 언제든지 와도 돼. 누나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나라면 괜찮을 테니까]
그 말을 듣고서 세 자매는 일단 침착함을 되찾은 것 같다. 인어공주가 세 명의 머리를 순서대로 쓰다듬어주었고, 츠우가 톡 하고 등을 두드렸다.
[자,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치아키, 또 봐]
[그래…… 그리고 히츠카라고 부르도록 해]
[네에네에, 알겠습니다. 히츠카님]
농담조로 그렇게 말한 츠우는, 떠나기에 앞서 뒤를 돌아보며 치아키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것을 본 치아키도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1년쯤 전, 치아키는 츠우로부터 미치루에게 안겨졌을 때와 실험에서 수수께끼의 피를 핥았을 때 왠지 모르게 같은 감각이 느껴졌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그때부터 치아키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미치루와 여명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고아원이 교단으로 변모한 일에 관해서도, 히츠카라는 입장에 서 있는 치아키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 교단의 시작은, 어느 날 갑자기 미치루가 꺼낸 말로부터 비롯되었다.
치아키는 생각한다. 미치루가 스스로 그런 것을 생각해냈을 리가 없다.
이 도시는, 수상한 것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결국은 아직 아이에 불과한 자신이 만족스러운 조사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우선은 태양교단의 히츠카로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고한 지위를 구축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진실에 다가서고 말겠다. 치아키는 그렇게 다짐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 조사는 위험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치아키는 지금부터, 소중한 동생들인 엄지공주 자매를 멀리 떼어 놓으려고 했던 것이다.
어느 날의 여명 본부, 의상실.
속옷만 입은 혈식소녀들이 모여서 미코에게 신체검사를 받고 있다.
[자자, 제대로 줄 서봐. 신데렐라, 부끄러워하지 말고]
[하, 하지만…… 옷을 입지 않은 저 따위는 그냥 재투성이에 불과해요……]
[그렇지 않아. 귀엽다니까]
[으으~…… 대체 왜 갑자기 신체검사를 하는 건가요?]
[슬슬 너희들의 제복을 만들까 싶어서 말이야]
미코가 별 생각 없이 꺼낸 그 한 마디. 소녀들은 순간적으로 침묵한 뒤, 그리고 일제히 신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어리긴 하지만 여자아이다. 새로운 옷이 기쁜 것이겠지.
[빨간망토가 입는 그런 거지? 나 그거 멋있다고 생각했어!]
[나도! 츠우한텐 분명히 잘 어울릴 거야!]
[아뇨아뇨, 공주 쪽이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요]
[츠우가 더 멋있어!]
[공주 쪽이 귀여워!]
잘 이해가 안 되는 다툼이 시작된 츠우와 인어공주를 바라보며, 또 시작했구나 라는 표정으로 어이없어 하는 빨간망토와 소녀들.
그런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엄지공주만이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것을 눈치챈 미코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어본다.
[엄지공주, 왜 그러니? 제복이 갖고 싶지 않아?]
[아, 아뇨. 그게 아니라……]
엄지공주는 조금 주저했지만, 이윽고 결심한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제복 색깔을 흰색과 파랑색으로 만들 수 있어?]
[흰색과 파랑? 그건……]
금새 눈치챘다. 그건 미치루와 치아키가 언젠가부터 입고 있던 교단의 의상과 같은 색이다.
어째서 엄지공주가 그런 말을 했는지도 간단히 알 수 있는 있었다. 자주 만날 수 없는 미치루네 남매와 조금이라도 공통된 부분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코는 복잡한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다.
[……제복이라는 건 모두 같은 옷을 입는다는 뜻이야. 빨간망토의 제복은 빨강과 검정이잖아? 너희들만 다른 색으로 하는 건……]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코가 태양교단에 대해 그리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수상히 여기고 있는 대상과 비슷해 보이는 제복을 혈식소녀에게 입히는 짓은, 아무래도 하고 싶지 않다.
미코의 반응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눈에 띄게 실망하는 엄지공주. 백설공주와 잠자는 공주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다 같이 실망하고 있다.
그런 세 자매의 모습을 보고, 무심코 입을 연 것이 츠우였다.
[아, 나도 흰색과 파랑 조합은 좋다고 생각해!]
[츠우?]
첫 번째 이유는, 치아키의 태도가 변해버린 것은 자신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자책감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츠우가 흰색을 좋아한다는 단순한 이유도 있었다.
[그렇잖아, 흰색은 왠지 눈 같아서 예쁘기도 하고]
[아…… 그럼 나도, 파랑은 바다 같아서 멋지다고 생각해]
츠우에 이어서 인어공주도 찬성하는 뜻을 내비치자, 실망하고 있던 세 자매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뭐 모두가 그렇게 말한다면…… 저도 그럼 그쪽이 좋아요]
[그래. 나는 언니니까 동생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쪽으로 할래!]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혈식소녀 전원이 [흰색과 파랑색] 파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되어버리면 미코로서도 억지로 거절할 수가 없다.
[……뭐, 천을 바꾸기만 하면 되니까…… 어쩔 수 없네. 그럼 혈식소녀대의 제복은 그 방향으로 개선하도록 할게]
[와!!]
요즘 들어 기운이 없었던 세 자매가 기쁜 듯이 서로 껴안는 것을 보며, 뭐 괜찮겠지― 하는 심정으로 쓴웃음을 짓는 미코였다.
그로부터 3년 정도는 아무 일도 없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혈식소녀들은,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고 때로는 부딪히면서도 서로의 손을 마주 잡고 쑥쑥 성장해 갔다.
동시에 실험이나 연구도 순조롭게 진행되어, 혈식소녀가 가진 특성이 차례차례 밝혀지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연구 결과가 바로, 혈식소녀의 각성(제노사이드 모드)이었다.
혈식소녀는 원래부터 인간을 뛰어넘는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메르헨의 피를 뒤집어쓰면 각성 상태로 이행한다. 그렇게 되면 신체 능력이 더욱 더 향상되고, 성격은 흉포하고 잔인해져 메르헨에 대해서도 주저함이 없어진다. 박사는 그러한 각성 상태에 [제노사이드 모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제노사이드 모드가 된 혈식소녀는 머리카락이 하얘지고 눈은 분홍색으로 빛나는 신체적 변화를 일으키지만, 이성은 제대로 남아 있어서 다른 사람의 말도 제대로 알아듣는다.
제노사이드 모드는 시간이 지나면 해제되기 때문에, 언젠가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고 나면 최후의 수단으로 쓰일 것이라는 판단 아래 특히 중점적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렇게 혈식소녀대는 순조롭게 성장해 가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점이 있다면, 신데렐라다.
신데렐라는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부정적인 성격이 원인인 것인지, 혈식소녀 중에서도 실험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츠우나 인어공주, 또는 세 자매가 좋은 결과를 남기는 것을 보고선 방안에서 혼자 무릎을 끌어안은 채로 고민에 빠질 때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데렐라는 갑자기 실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