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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츠우가 인어공주와 함께 여명에 온 지 약 5년의 세월이 흘렀을 무렵, 혈식소녀대는 8명째의 동료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름은 카구야공주. 작은 마을에서 가끔씩 찾아오는 메르헨을 격퇴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힘은 함께 사는 사람들의 눈에는 메르헨의 폭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카구야공주를 주워와서 키운 부모 역할을 하던 사람도 점점 그 힘과 존재를 혐오하게 되었고, 결국 여명의 존재를 알게 된 뒤 그쪽에서 맡아주길 바란다고 연락을 해왔다.
그렇게 여명으로 오게 된 카구야 공주는 실력을 평가하는 테스트도 겸하는 첫 실험에서 좋은 성과를 남겼지만, 그 후에는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게 되었다.
다른 소녀들이 걱정하면서 함께 놀자고 권했지만, 카구야공주의 마음의 상처는 깊었다. 박사나 미코로부터 [당분간은 가만히 놔두도록 해]라는 언질을 받은 소녀들은 카구야공주와 가끔 얼굴을 마주칠 뿐인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키도 부쩍 크고 지금은 태양 교단의 히츠카로서 그 지위를 다진 치아키가 오랜만에 혈식소녀를 불러냈다.
치아키는 3년 전 츠우로부터 미치루와 실험용 혈액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 이후 계속 여명과 교단에 관한 뒷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성장하여 신용할 수 있는 부하도 거느리게 된 지금의 치아키는, 어렸을 때는 불가능했던 조사도 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치아키는 지금 어떤 하나의 진실에 다가가고 있었다. 그 진실을 붙잡기 위해 혈식소녀에게서 직접 이야기를 듣기로 한 것이다.
그렇지만 치아키가 소녀들에게 한 질문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가장 오래된 기억은 무엇인가? 자신의 이름은 언제 알게 되었는가? 여명에서는 어떠한 실험을 하고 있는가? 등등. 대답을 하지 못한다 해서 딱히 나무라는 일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불려간 것은 신데렐라였다. 이 순서에는 특별한 의미 같은 것은 없었다. 우연히 마지막이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신데렐라는 어째서 자신이 마지막인지, 뭔가 잘못한 것은 아닐까?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겁을 먹은 상태로 치아키의 질문에 대답하는 신데렐라. 최후의 질문을 마친 치아키는 생각에 잠기듯이 턱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큰 한숨을 쉰 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어째서 혈식소녀는 7명이 필요한 거지……?]
그 말을 듣고 신데렐라의 심장이 쿵 하고 뛰었다.
혈식소녀는 7명이 필요하다. 그것은 예전부터 박사가 입에 담던 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세 자매가 여명에 옴으로써 혈식소녀가 비로소 7명이 되었을 때, 박사는 매우 기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혈식소녀는 8명이다.
치아키와 헤어져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후에도 신데렐라의 두근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방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무릎을 끌어안은 몸이 작게 떨렸다.
(혈식소녀는 7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카구야공주가 온 후에 8명이 되어버렸다. 즉, 한 명은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다면 필요 없는 것은 누구지? 카구야공주는 첫 실험에서 좋은 결과를 남겼어…… 지금 가장 쓸모 없는 건…… 안 돼. 그건…… 뭔가, 도움이 되어야 해……)
메르헨의 피를 뒤집어쓰지도 않았는데 신데렐라의 눈동자가 순간 핑크색으로 빛났다.
어느 날 밤. 연구실에서 박사와 미코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혈식소녀 중 누군가 한 명을 선택하여 신체적, 정신적으로 부담을 주어서 [부정]의 실험을 진행할 생각이다]
[하지만, 그것은……]
실험을 통해서, 혈식소녀의 혈액은 대미지나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오염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까지는 안전을 위해서 그 부정함이 일정치가 넘기 전에 실험을 중지했다. 하지만 박사는 이전부터, 그 일정치를 뛰어넘게 만드는 실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왔던 것이다.
[이건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실험이야. 오염의 축적에 따른 제노사이드 모드의 그 너머……. 아직 우리들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견딜 수가 없어. 혈식소녀가 태어난 내력을 생각해보자면, 최악의 경우엔 사람들의 모든 희망을 어둠으로 뒤덮어버릴 만큼 흉악할지도 모를 일이지]
[……빨간망토조차 아직 15살입니다. 무리한 실험은 그 애들을 망가뜨려버릴지도 몰라요]
[확실히 그럴 위험도 있어. 하지만 기억하고 있지 않나. 필요한 혈식소녀는 7명. 그렇다면 역시]
[그런 사고방식에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진정하게……]
격앙하는 미코를 진정시키는 박사. 미코는 심호흡을 한 후 노골적으로 화제를 바꿨다.
[그런 것보다, 태양 교단의 움직임이 신경 쓰입니다]
[히츠카 말인가]
[네. 히츠카는 교단 사람을 사용하여 뭔가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질문을 많이 하는 것 같고요. 요즘에는 교단 안에서 사설 전투 집단을 편성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그쪽의 움직임을 파악해둬야 하지 않을까요?]
[흠…… 지금까지는 맘대로 하게 놔뒀지만, 그 아이도 슬슬 힘을 가지기 시작했지. 조금 성가셔질지도 모르겠군……]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면서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는 박사.
그때 문밖에서 어렴풋이 ‘콰당’ 하는 소리가 들렸다.
미코가 다가가 살짝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누가 있었나?]
[……아뇨, 아무도 없습니다]
[흠?]
박사는 한 번 더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다음 날 아침, 여명에서 신데렐라의 모습이 사라졌다.
신데렐라가 사라지고 나서 1개월이 지났다.
여명의 자경대원들이 여러 곳을 수색해보았지만, 발견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박사는 최악의 경우, 신데렐라가 혼자 독방 지역으로 가서 메르헨에게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처음엔 다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1개월 동안이나 발견이 되지 않자 혈식소녀 사이에서도 절망적인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신데렐라는 정말로 혼자서 독방 지역으로 간 걸까……?]
조심스럽게 츠우가 말을 꺼냈다. 인어공주가 고개를 들며 반박했다.
[하지만 독방 지역은 자경대 사람들이 살펴봐줬잖아?]
[위험이 적은 입구 근처뿐이야. 안쪽까지 들어가보진 않았겠지]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빨간망토. 빨간망토에게 있어서 신데렐라는 한 살 아래의 여동생 같은 존재다.
[만약 그렇다고 치면, 왜 혼자서 그런 곳에 갔다는 건데? 가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잖아]
엄지공주는 최근의 여명이 태양 교단을 향해 강한 의심을 품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자신의 여동생들 외의 다른 사람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떨어져 있지는 않았다.
[신데렐라씨…… 전부터 실험에서 결과를 내지 못하는 걸 신경 쓰고 있었으니까……]
[응……응……]
백설공주와 잠자는 공주도 걱정스럽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박사에게서는 너희들한테까지 무슨 일이 생겨선 안 된다. 신데렐라를 찾는 일은 어른들에게 맡겨라. 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소녀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역시 우리도 찾으러――]
츠우가 말했을 때 밖에서 뭔가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용을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범상치 않은 분위기만큼은 느껴졌다.
[무슨 일일까……?]
[가보자!]
빨간망토가 달려나가자 다른 소녀들도 뒤를 따랐다.
건물 밖으로 나가자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각자가 뭔가를 외치고 있었다. 잘 보니 몰려온 것은 태양 교단의 신자들인 것 같았다.
당황하는 여명 사람들에게 욕설을 퍼붓던 신자들은 혈식소녀들이 나온 것을 눈치채고 더욱 더 거친 목소리로 외쳤다.
[저 녀석들이다! 저 녀석들의 동료가 히츠카님을 죽였어!]
엄지공주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맞아! 나도 봤어! 저 녀석들과 같은 옷을 입은 파랑 머리 꼬마였다고! 그 녀석이 우리 앞에서 히츠카님을 죽였어!]
어른들의 증오에 찬 시선에, 혈식소녀들은 혼란에 빠져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엄지공주만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가, 신자 한 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히츠카라니…… 치 말이야? 치가 죽었어? 무슨 뜻이야?]
교단원은 원래부터 함께 살고 있던 엄지공주를 기억하고 있었는지, 엄지공주의 두 어깨에 손을 얹으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엄지공주냐! 너희들, 당장 돌아와! 역시 여명은 믿을 수 없어!]
[무슨 일인지 물어보잖아!]
엄지공주는 한층 더 큰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 기백에 압도당한 것인지, 교단원은 목소리를 낮추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히츠카님은 얼마 전부터 독방 지역을 조사하기 위한 조사대를 만들고 있었어. 나도 그 중 한 명이었지. 그리고 어제 독방 지역을 조사하기 위해 들어갔어…… 그랬더니, 너희들과 같은 제복을 입은 소녀가 갑자기 나타나서 히츠카님을 죽이고 안쪽으로 사라져버린 거야……]
교단원의 말에, 소녀들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긴 침묵이 끝난 뒤 겨우 입을 연 것은 역시 엄지공주였다.
[……파란 머리를 한?]
[맞아…… 허리까지 오는 긴 파란 머리였어]
혈식소녀대의 제복을 입은, 허리까지 오는 긴 파란 머리를 가진 소녀.
들어맞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백설, 잠자는 공주. 돌아가자]
갑자기 엄지공주는 동생들의 손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에…… 엄지공주 언니……?]
[읏…… 잠깐 기다려……]
조금 저항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동생들은 손을 잡힌 채로 언니를 따라갔다.
안 돼. 이대로 가게 내버려두면 안 돼. 그렇게 생각한 츠우는 엄지공주에게 달려가 그 등을 향해 손을 뻗으려 했다.
[잠깐만! 엄지공주!]
[시끄러워! 따라오지 마!]
비통한 외침에 뻗으려 했던 츠우의 손이 멈췄다.
엄지공주는 멈춰 서서, 살짝 고개를 돌려 옆얼굴을 보였다.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올게. 그러니까 지금은]
하지만 끝까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로
[……따라오지 말아줘……!]
힘겹게, 고통스럽게, 목소리를 쥐어짜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세 자매는 여명을 떠났다.
뭔가 착오가 있었다. 금방 오해가 풀려서, 세 자매도 신데렐라도 치아키도 모두 돌아올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진실을 알지 못한 채, 신데렐라도 발견되지 않은 채로 치아키의 시체만이 회수되었다. 교단에서 엄숙하게 이루어진 장례식에, 여명의 멤버는 참석을 거부당했다.
수개월 후, 세 자매가 태양교단의 새로운 히츠카로 취임했다. 몰래 상황을 보러 갔을 때, 세 사람은 이미 혈식소녀대의 제복이 아닌 교단의 옷을 입고 있었다.
혈식소녀대의 인원 수는 순식간에 4인으로 줄었다. 그로 인해 혈식소녀에 대한 연구 및 실험은 더욱 더 신중한 것으로 변모했다.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카구야공주는 어느 날부터 갑자기 방에서 나와서 적극적으로 실험에 참가하게 되었다. 원래대로라면 기뻐해야 할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뭔가 궁지에 몰려 있는 듯한 그 모습은 보는 사람들은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다.
빨간망토는 신데렐라의 무죄를 믿었다. 뭔가가 잘못된 것이라고. 박사도 그 생각을 부정하지는 않고, 세 자매가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도록 설득을 계속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걸까?
츠우는 계속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명의 감옥탑 공략은 다시 정체되어,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또 5년이 지났을 즈음, 겨우 새로운 혈식소녀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새로운 절망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직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